산모 10명 중 1명 산후우울증…"산전·산후관리 인프라 질 높여야"
산후우울증 증세가 심해져 자신이 낳은 자녀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산모 10명 가운데 최소 1명은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집계되나 상담이나 진단을 받은 비율은 굉장히 낮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경기도 파주에서 A(30·무직)씨가 남편이 출근한 사이 21개월 된 딸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A씨는 지난해 1월 딸을 낳고 나서 조울증으로 그해 4월부터 계속 치료를 받아왔다.
경찰 조사에서는 "내가 딸을 죽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딸을 죽일 것 같았다"며 망상 증세가 있었음을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충북 음성의 한 저수지에서 B(43·여)씨가 2살배기 아들을 등에 업은 채 물에 떠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됐다.
B씨의 다섯살배기 딸 역시 B씨 모자의 시신이 발견된 부근 물가에 쓰러져 숨져있었다. 경찰은 딸도 물에 빠져 숨진 뒤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했다.
B씨의 남편은 경찰에서 "아내가 둘째를 낳은 뒤부터 우울증을 겪어왔다"며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니 유서를 남겨 놓고 두 아이와 집을 나가 실종신고했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 9월에는 산후우울증으로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 2월 3일 오전 11시 50분께 대구 모 빌라 3층 친정집에서 어머니가 아기 목욕물을 받으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창밖 7m 아래로 던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사건 직후 경찰에서 "아기가 밤새 울며 보채는 바람에 잠을 못 자고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아이를 낳은 이후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산후우울증으로 자녀 살해라는 범행을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르는데도 상담이나 진단을 받는 산모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발간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보건복지포럼에 실린 '산전·산후관리의 실태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를 보면 자녀를 출산한 기혼여성(15~49세) 1천776명 가운데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았지만 상담을 경험한 여성은 2.6%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산모의 10∼20% 정도가 산후우울증이라는 국가의학정보포털의 자료를 고려하면 산후 우울 증상을 보인 대다수의 산모가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첫째 아이를 낳거나 농촌 지역에 거주할수록 진단과 상담 경험이 적었다며, 이에 대한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보사연의 이소영 부연구위원은 "여전히 많은 산모가 산후우울증을 경험하면서도 방치하고 있는 상태"라며 "산후 우울은 정도가 심해질 경우 산모뿐만 아니라 신생아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산후 기간 이에 대한 관리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산후관리에는 산모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리도 포함된다"며 "산전·산후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며, 인프라에 대한 접근도와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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