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수능 대박 기원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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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나 모형 도끼, 족집게, 두루마리 휴지, 북, 손거울 등을 선물한다. 포크나 모형 도끼는 정답을 ‘잘 찍으라’는 것이고, 족집게는 ‘잘 맞추라’는 것이고, 휴지는 ‘잘 풀라’, 북은 ‘잘 쳐라’, 손거울은 ‘잘 보라’는 의미다. ‘시험에 확 붙어라’라는 소망으로 성냥을 주기도 한다. 풍선껌은 ‘점수가 한껏 부풀어 나기’를 바라는 맘이 담겼고, 주사위는 ‘잘 굴리라’는 기원이 담겼다. 젖 먹던 힘까지 내라는 의미로 ‘젖병’을 선물하기도 한다. 

▶인생을 좌우할 만한 시험을 앞둔 이에게 줄 선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엿이다. 엿은 시험을 잘 치라는 뜻도 있지만 원하는 곳에 떡 하니 붙으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70~80년대 고사장 정문은 물론 담벼락까지도 자식이 대학에 붙기를 희망하는 부모들이 붙여 놓은 엿들도 빼곡했던 이유다. 예비 및 본고사가 있던 시절이니 대학을 먼저 지원하고 나서 지원한 학교나 학교가 지정한 곳에서 시험을 봤다. 엿이나 찹쌀떡의 성분이 주는 ‘(찰싹) 붙다’의 선물이 대세였다. 

▶1980년 7·30 교육개혁에 의한 대학입시제도의 변화는 수능 선물마저 변화시킨다. 대학입시선발을 예비고사와 고교내신성적으로 하고 대학별 본고사를 폐지하면서 ‘선시험 후지원’이냐, ‘선지원 후시험’이냐 하는 지원시기 등이 달라졌다. 1994년 ‘선시험 후지원’ 형식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등장하면서 수능 선물은 더욱 다양해진다. 우선 시험을 잘 치러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상품들이 기업의 상술과 맞물려 특수를 누리게 된다. 

▶최근엔 기분 전환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적인 ‘초콜릿’부터 두뇌 발달을 돕는 호두, 검은콩을 비롯한 집중력 강화 패치, 아로마 양초, 비타민제, 홍삼, 수능사과에 이르기까지 수험생 건강과 상태를 고려한 실용적인 선물이 대세다. 선물은 한층 다양해졌지만, 한결같은 건 수험생이 시험을 잘 치르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겼다는 거다. 묵묵히 학업에 정진해 온 수험생들이 ‘잘 풀고, 잘 찍고, 대박 나라’고 전해준 선물의 효과를 톡톡히 보길 바란다. 거기에 더해 운까지 따라준다면 더없이 좋겠다. 오늘, 60만5천987명 수학능력시험 응시생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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