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해양경찰청 해체 개입설에 어안이 벙벙하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긴급현안질문에서 송영길 의원(민·인천계양을)은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해경 해체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송 의원은 “해경 내부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면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해경이 해체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최씨가 해경 해체에 개입한 사실을 주장했다.
송 의원은 “대통령 지시로 해경이 개혁안을 다 준비했는데 갑자기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이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고 해경 해체를 선언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는 세월호 사건 당일(대통령의 행적과 관련) 7시간의 의혹을 은폐하고 해경에 책임을 돌리려는 최씨의 지시에 따른 것 아니냐며 황 총리를 추궁했다.
그런데 황 총리의 답변이 가관이다. 황 총리는 “해경은 해체가 아니라 기능을 효율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억지 주장이다. 해양경찰은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되면서 정보·수사권을 경찰청에 넘겨줬다. 이 때문에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과 폭력 저항에 대한 대응력이 크게 약화됐다. 그런데도 황 총리는 해경 해체를 “기능을 효율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우기니 뚱딴지같다.
송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그가 제시한 근거만으로는 진실을 밝히기 어렵다. 이를 규명하는 건 검찰의 몫이지만, 당시 대통령의 해경 해체 결정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는 대형 사고를 당할 때마다 일시적으로 끓어오른 흥분된 사회분위기나 격한 감정에 영합하는 즉흥적 대책을 쉽게 결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전격적인 해경 해체 선언 역시 불행하게도 이에 해당한다. 진중(鎭重)하지 못하고 경솔했다.
해양경찰이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에 실패한 책임은 크다. 그렇다고 해양 주권을 수호하는 국가기관을 하루아침에 없애버리는 건 사려 깊지 못한 감정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당시 국회의 해경 국감에서도 “해경을 해체하도록 한 정부조직법은 화풀이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왔다. 해경의 해난 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구조 체계의 개편이나 구조 개혁을 통해 보완 보강해야지 해경을 해체한 건 앞뒤 안 가린 하책이다. 더군다나 국가기관 해체를 공론화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건 대통령의 전횡이다. 중대 실책이다. 그래서 해양경찰 부활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거다. 국정이 마비된 현 정부에선 기대할 수 없겠지만, 다음 정부에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 반드시 해양경찰을 부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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