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조경제’ 간판 내려도 스타트업 육성 계속돼야

박근혜 정부가 역점 추진해온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ㆍ대기업이 지역 특화산업 육성과 창업을 지원한다며 지금까지 2천억원을 투자했는데 최순실 사태 여파로 사업 1년 반 만에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 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4년 9월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에 17곳이 문을 열었다. 그동안 1천400여 곳의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고 3천700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냈다. 하지만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았던 차은택씨가 정부의 각종 창조경제추진 사업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년도 국비 지원과 지자체 예산이 불투명해졌다. 서울시가 이미 20억원의 예산을 백지화했고, 광주시와 울산시도 내년 예산을 절반으로 줄였다. 정부 예산도 국회에서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가 17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에 관한 조례안’ 처리를 보류했다. 조례안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사업 경비 등 출연금 지원과 공무원 파견 등 행정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센터의 내년도 예산은 63억2천만원으로 국비 16억6천만원, 도비 15억원, KT분담금 31억6천만원 등이다. 도 예산이 중단되면 센터의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들이 직ㆍ간접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판교테크노밸리에 지난해 3월 문을 연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사물인터넷(IoT), 게임, 핀테크 등 주로 ICT(정보통신기술)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한다. 6월 말 현재 74개의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했고 이로 인해 132억원의 매출 증가와 492억원의 투자 유치, 284명의 신규 채용을 일궈냈다. 또 경기센터 전담기업인 KT가 스타트업의 상품 구매, 공동사업 개발, 전문 컨설팅, 해외 판로확보 등 다각도 지원에 나서 많은 성과를 거두는데 한몫했다. 남경필 지사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2의 구글처럼 세계무대를 주름잡을 스타트업의 산실이 되길 기대한다”며 “경기도가 스타트업 시티의 메카로서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 역할을 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정권의 강압으로 발을 담근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재정비는 필요하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튀어 무조건 예산지원을 중단하고 사업을 무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 탄력을 받아 성과를 내고있는 스타트업들이 정치적 문제로 피해를 입게 해선 안된다. ‘창조경제’ 용어와 간판은 바꾸더라도 미래 성장동력과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벤처ㆍ스타트업 육성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경기센터처럼 운영이 잘되고 성과가 있다면 예산을 더 투입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경기도의회는 성과와 비전 등을 꼼꼼하게 따져 조례안을 처리하고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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