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후 술집으로 향하던 청소년 수험생들의 모습, 이제는 옛 이야기

“신분증 사진과 얼굴이 다른 것 같은데요?” 

지난 18일 오후 8시께 번화가인 의정부시 행복로의 한 술집 안에는 종업원이 의심의 눈초리로 방금 온 여성 3명 중 한 명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를 들은 다른 친구는 화를 내기 보다, “얘가 쌍수(쌍꺼풀 수술)를 한대다 화장해 그렇다”고 까르르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까다로운 인증절차가 이어졌다.

 

위조 신분증 판독기와 지문감식기 등을 갖춰놓은 해당 술집은 짙은 화장 안에 다소 앳된 얼굴을 가진 여성들의 동의로 기계 검증을 진행했고, 이것도 모자라 페이스북 등 SNS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로그인 절차를 갖는가 하면 휴대폰 인증문자로도 발송했다.

마치 FBI·CIA를 연상케 하는 신원 확인에서 ‘1997년생 (20살)’이란 당당한 성인인증을 마친 이들은 마음 편히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이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직후 해방감을 맛본 청소년 수험생들이 ‘몰래 술집으로 모이지 않을까’라는 어른들의 우려는 철저한 검증에 대부분 가로막힌다.

 

20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기 북부지역에서 수능 직후 지난 17~18일 양일간 경찰 등 500여 명을 일제 투입해 펼쳐진 술집 단속 결과, 술을 마시는 청소년이나 이들에 술을 판매한 업소는 ‘0’이었다. 과거처럼 ‘술집 한번 뚫어보자’는 식의 청소년 수험생들의 노력과 ‘고생한 아이들에게 술 팔아주자’는 업소의 묵인 등 긴밀한 유착관계(?)는 이제 옛말이 된 셈이다.

 

이는 단순히 청소년 수험생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18일 밤에는 의정부 한 고깃집에서 가진 가족 간의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가 수험생이던 아들에게 “고생했다”고 술을 주는 장면이 목격됐지만, 업주의 경고와 경찰의 계도 등이 이어지자 “술 대신 사이다를 따르겠다”는 식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해프닝도 연출되기도 했다. 의정부서 관계자는 “잦은 단속과 교육으로 청소년에게 술을 사고파는 사회분위기가 많이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수능 후 청소년들의 벌어질 일탈을 막는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애 참교육학부모회 경기지부장은 “수능시험이 끝난 해방감에 들뜬 청소년 수험생들을 업주 등 어른들이 올바르게 선도해 줘야 한다”며 “또한, 청소년들에게 음주문화보다 다른 건강한 놀이문화가 만드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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