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한인 3명 총격 살해 공범 국내서 검거

"채무때문에 범행"…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총기로 살해한 피의자가 현지에서 검거된 데 이어 국내로 도주했던 공범 역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5대는 이달 18일 김모(33)씨를 붙잡아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에서 검거된 박모(38)씨와 함께 지난달 11일 필리핀 앙헬레스 인근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A(48)·B(49·여)·C(52)씨를 총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채무문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박씨의 제안을 받고 지난달 4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박씨는 "카지노사업에 투자한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며 "1억원을 줄테니 처리해버리자"고 김씨를 꼬드겼다.

 

박씨는 국내에서 150억대 유사수신 범행 후 해외로 도피한 피해자들에게 필리핀 현지 도피 생활을 지원하면서 카지노 투자를 제안했고, 이들이 투자한 10억원 상당의 자금을 빼앗기 위해 피해자들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곳에 함께 생활하며 기회를 노리다가 지난달 11일 새벽 피해자들을 순차적으로 거실로 불러낸 후 권총으로 겁박하고 포장용 테이프로 손, 발 등을 묶어 결박했다.

 

이어 피해자 소유의 차 트렁크에 이들을 태우고 살해현장인 사탕수수밭으로 가서 살해했다.

 

피해자 2명의 시신은 사탕수수밭 언덕 아래로 굴린 후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사탕수수 밭 안쪽으로 옮기고 피해자 1명의 시신은 땅에 파묻는 방법으로 유기했다.

 

이들은 범행 후 현장을 떠났다가 피해자 중 1명이 신음소리를 낸 것을 기억하고 다시 총격하기 위해 몇 시간 후 살해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필리핀 경찰이 현장을 조사중인 것을 발견하고 자리를 떠 피해자들의 소지품과 범행에 사용했던 삽을 숨겼다.

 

이후에도 한인타운 내에서 태연하게 카지노를 출입하고 쇼핑을 즐겼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김씨는 귀국 일정을 당겨 지난달 13일 새벽 비행기로 국내로 귀국하고, 박씨는 지인들과의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경찰은 범행 직후 확인된 폐쇄회로(CC)TV와 주변인 탐문 등을 통해 김씨를 지난달 19일 경남 창원에서 체포했으나 김씨가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증거가 불충분해 다음날 석방했다.

그러나 박씨가 필리핀에서 검거된 후 공범으로 지목된 김씨를 추가로 조사해 거짓말탐지기 검사와 김씨 옷에서 나온 화약 잔류반응 등을 확보했고 범행 한 달여만에 김씨의 자백을 끌어냈다.

 

경찰은 필리핀에 유치 중인 박씨의 수사 및 국내송환을 위해 필리핀 경찰과 적극 공조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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