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수험표(남자) 판매합니다. 그냥 사진만 교체하시면 돼요. 가격은 7만원입니다’ ‘수능 수험표 대여합니다. 사시는 지역 말씀해 주시면 물건 살때 동행해서 수험표 확인 가능합니다’ ‘여학생 수험표 급구!! 판매도 좋구 판매 부담스러우면 대여도 좋습니다. 가격은 5만원 이상 생각합니다’
네이버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이 같은 수험표 매매 관련 글이 수십개 올라와 있다. 좀 황당하긴 하지만, 지난 17일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끝나고 수험표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능 수험표를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고, 또 대여도 하고 있다. 중고나라 카페에서 수험표는 보통 4~5만원선에 거래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당 2~3만원을 받고 동행하며 수험표를 빌려주는 새로운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
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을 격려한다는 취지로 수능 이후 업계마다 큰 폭의 할인 행사와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이런 각종 할인 혜택을 노리고 수험표를 사거나 대여하는 것이다. 수험표를 제시할 경우 패밀리 레스토랑, 커피숍, 영화관, 미용실, 안경점, 각종 의류브랜드, 놀이공원, 여행사 등에서 많게는 50% 이상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노트북 등을 살때는 몇십만원 싸게 살 수도 있고, 성형외과 같은 곳은 50~60% 할인이면 100만원 넘는 금액을 할인 받을 수도 있다. 수능 수험표가 만능 할인쿠폰이 되는 셈이다. 몇만원을 주고 수험표를 사도 충분히 남은 장사가 된다.
수능 수험표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증명사진 등 개인정보가 수록돼 있다. 자칫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범죄 등에 활용되면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수험표를 산 사람들은 수험생의 증명사진을 떼고 자신의 사진을 붙여 사용한다. 하지만 사진을 바꿔 붙이면 공문서 위조 처벌을 받게 된다. 또 수험표가 마치 자신의 것인양 물건을 사는데 이용했다면 할인받은 금액만큼 사기죄가 적용된다. 수험표를 거래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구입한 타인의 수험표로 이득을 보는 것은 범법 행위에 해당된다. 수험표를 구입해 할인 혜택을 보려다가 자칫 범법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시험보느라 고생한 수험생들을 위한 선의의 할인 행사가 한쪽에선 돈벌이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할인 업체들에서도 일일이 본인 확인을 하지않는 경우가 많다. 불경기 탓에 알면서도 수능 특수를 노리는 듯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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