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없애려면… 교과서·평가방식·학습방법 싹 바꿔야” 교육 전문가들 특단의 대책 촉구

난이도 낮춰 성취감 높이고 협업수업으로 흥미 이끌어야
주입식은 한계… 스스로 수학 개념 발견 ‘新교과서’ 필요

경인지역에서 해마다 1만 3천여 명의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 수학영역 응시를 포기하는 등 일명 ‘수포자’(수학포기자)로 전락(본보 18일 자 1면)하는 가운데 학교 현장과 교육 전문가들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의 수학 교과서부터 평가방식, 교수학습 방법 등 전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없이는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2일 교육부와 전국 시ㆍ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육 당국은 현재 수포자 발생을 막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1월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학습 콘텐츠를 개발ㆍ보급하고, 일선 학교에 수학 클리닉을 도입했다. 각 시ㆍ도교육청도 매년 ‘수학 축제’ 등을 개최하고 즐기면서 수학을 배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이 같은 대책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교육 현장 일선에서 뛰는 교사들은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부분으로 ‘난이도가 높은 수학 시험’을 꼽았다.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평가하는 시험이 오히려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김준성 정발산고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을 열심히 들었는데도 문제를 풀지 못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현행 수학시험은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수학을 어려워하고 포기하는 이유는 바로 시험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험 난이도를 낮춰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수학을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변별력이 문제가 된다면 최상위권 난이도 문제 2~3개만 내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수학습 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평택의 한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A 교사는 “수학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 방식’의 수업이 가장 높은 효과를 보인다”면서도 “입시 위주의 고등학교에서는 주입식 수업이 주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교과서도 수포자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꼽혔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문제해결 능력보다 문제풀이 능력만을 키우는 것이 현재 수학교육의 현실”이라며 “수학 개념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현재의 교과서 설명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딱딱한 교과서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수학 개념을 발견하는 새로운 교과서가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학 자체가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학문인 만큼 다양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주석 대학인 입시연구소 컨설턴트는 “이미 중학교 때부터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상당수에 달한다”며 “수학은 고등학교 때만 열심히 한다고 잘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닌 만큼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해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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