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 이겨내고 다시 무대에 선 가수 나영진, 새 인생 찾아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노래에 담긴 긍정의 힘입니다.”

 

도포를 입고 무대 위를 누비는 가수 나영진(71)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02년 월드컵 홍보가수로 활동하며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38년차 가수다. 지난달 7집 앨범 ‘코리아평창아줌마’를 발표, 평창올림픽 홍보가수까지 노리고 있다. 신나는 곡과 넌센스 퀴즈를 더한 재치 있는 입담은 그가 경기, 강원, 충남 등 전국 무대에 불려다니는 이유다.

 

그러나 나영진은 척추혈관종양을 선고받은 암환자였다. 수원에 살던 그는 요양생활을 권유받아 강원도에 내려가 10년간 혼자 생활했다. 암투병 중에도 ‘강원도아줌마’라는 노래를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외로울 때는 혼자 구석에서 막대기를 들고 노래했다”며 “무대가 그리워 마냥 누워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되새겼다.

 

암이 신장까지 전이됐을 때는 8년의 공백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이겨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그는 다시 수술대에 누웠다. 지난해 운전 중 갑자기 의식을 잃으며 심장판막교체수술을 받게 된 것. 나영진은 “수술 후 8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의사가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더라”며 “운명의 장난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일어나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고 회상했다.

 

병마를 이겨낼 수 있었던건 노래에 대한 열정과 팬들 덕분이었다. 그의 팬들은 평창올림픽이 가까워지자 20여 년 전 발표한 ‘강원도아줌마’를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동영상 사이트에 올렸다. 또 그는 가요 강사들이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가르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나영진은 “몸이 안 좋아 먼 곳까지 이동하지 못하지만 팬들을 본다는 생각에 고성까지 오갔다”며 “노래에는 긍정의 힘이 있다. 내 마음의 수양은 오직 무대에서 이뤄진다”고 힘줘 말했다.

 

힘든 시기는 그의 삶에 자양분이 됐다. 그것을 계기 삼아 동료 가수들과 봉사활동에 나서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 양로원, 군부대, 교도소, 청소년 시설 등에서 봉사하며 사람들에게 활력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이어 그는 “적성에 맞는 신나는 일거리를 찾으면 나처럼 모두가 건강해질 것”이라며 “평창 올림픽에서도 신바람나는 무대를 펼쳐 나를 일으켜준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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