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경찰서 ‘환경미화원 휴게실’ 논란

역겨운 냄새 가득 여자화장실 한켠 환경미화원 쉼터
시민들 경악 “사회적 약자 인권침해”
경찰 “4층에 휴게실… 불편 이용안해”

▲ 남부경찰서 1층 여자화장실내에 있는 휴게실에서 한 환경미화원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아무리 환경미화원이라도 화장실에서 쉬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인천의 한 경찰서가 환경미화원 휴게실을 여자화장실 내부에 설치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서 1층 여자화장실 내 공간 일부를 휴게 공간으로 마련했다. 이 휴게실은 3.3㎡도 채 되지 않는 ‘쪽방’ 규모로, 성인이 몸을 편 채 누울 수 없이 비좁다. 게다가 대걸레 등을 세척할 수 있는 개수대까지 설치돼 있다.

 

이날 한 환경미화원은 화장실 바닥에 신발을 벗고 이곳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미화원은 화장실에서 쉬는 탓에 악취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환경미화원 A씨는 “휴게실이 화장실 안에 있다 보니 냄새가 말도 못하게 심하다”면서 “그래도 잠시라도 맘편히 쉴수 있는 공간이다”고 전했다.

 

경찰측도 나름 할 말은 있다.경찰서측은 지난해 4층에 또다른 휴게실을 만들었다는 것. 하지만 주로 민원인이 찾는 1층과 별관 등을 담당하는 미화원은 쉴 시간도 부족해 4층에 위치한 휴게실은 사실상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서를 방문한 시민들은 화장실에서 몸을 움츠린 채 쉬고 있는 환경미화원을 보며 ‘경찰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시민 B씨(36·여)는 “누군가에겐 사랑스러운 아내이자 소중한 어머니이고, 가족인 이분들을 위한 공간이 화장실 안에 있는 골방이라 현실에 눈물이 난다”면서 “이건 인권침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여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부서의 한 관계자는 “경찰서 1층 여자화장실 내 (환경미화원) 휴게실은 2006년 경찰서가 개소할 즈음 부터 마련돼 있었다. 지난해 4층에 휴게실을 설치했는데, 잘 이용되지 않는 듯 하다”면서 “조만간 2층에도 추가로 휴게실을 마련하고, 화장실 휴게실은 없애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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