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긋지긋 대통령제 폐단도 이참에 없애자

-박 대통령 퇴진 선언과 개헌 필요성-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를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29일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임기 단축이란 하야 약속으로 풀이되고, 국회 일임이란 당장의 2선 후퇴로 풀이된다.

1960년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 한 지 56년 만이다. 당시 이 대통령의 하야 이유는 3ㆍ15 부정선거에 대한 책임이었다. 이번 박 대통령의 하야 약속 이유는 측근 국정 농단에 대한 책임이다. 대통령을 더 하겠다는 탐욕이 부른 불행이었고, 대통령직을 남용해 초래된 불행이다.

나머지 대통령들의 말로도 대부분 불행했다. 민주화의 화신이라 칭송받던 YS(김영삼)와 DJ(김대중)도 가족이 감옥에 가는 치욕을 겪으며 추락했다. 전두환ㆍ노태우 두 대통령은 금품 수수와 쿠데타 혐의로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진보의 가치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추락의 동기와 형식은 달랐지만 근본 출발은 과한 대통령 권력이었다.

이제 현재의 대통령제는 존재 이유를 잃었다.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 바꿔야 한다.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수술이다. 의원 내각제로의 전면 개헌도 괜찮다. 대통령제의 수정 개헌도 가능하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을 실현할 현실적인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개헌 문제는 달궈지고 있다. 조속한 개헌을 통해 차기 대선을 치르자는 의견과 대선 후 개헌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눠진다. 양 쪽 모두 국민의 목소리임을 내세운다. 서로가 ‘200만 촛불로 표출된 민심’을 얘기한다. 아전인수다. 200만 촛불의 참된 의미는 개헌의 시기나 형식과 상관없다. 오로지 현 부패 정권에 대한 심판이다. 더 정확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이 휘두른 부정한 권력에 대한 심판이다.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봉기라는 편이 옳을 것이다.

개헌 작업은 정치권의 몫으로 넘어왔다. 정부가 발의하는 개헌절차는 현 시국에서 불가능하다. 국민이 발의하는 형식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개헌을 추진할 현실적 주체는 국회 밖에 없다. 빠른 시일 내에 개헌 추진 기구를 만들고, 국민의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 국민이 진정 보고 싶은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취임하는 새로운 얼굴이 아니다. 확 바뀐 제도하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지도자다. 개헌 여부, 개헌 시기, 개헌 형식에 대한 모든 얘기를 국민으로부터 듣기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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