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 지사, 대권보다 도정·민생 먼저 챙겨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강타해 축산농민들이 AI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양주ㆍ포천ㆍ이천ㆍ안성 등 4개 지역 6개 농가에서 AI 확진 판정이 난데 이어 화성ㆍ평택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의심신고가 늘어나는 등 확산 추세다. AI 확진 판정이 난 도내 농가들에서 살처분해야 하는 닭과 오리는 115만1천여 마리에 달한다. 일부는 매몰했지만 한쪽에선 매몰 장비가 부족하고 장소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가금류 사체를 쌓아둔 농가들도 있다.

고병원성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축산농가와 지자체 등은 밤낮없이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AI 바이러스는 인체감염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H5N6형’이어서 보건·방역 당국이 인체감염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H5N6형은 지금까지 중국에서만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숨져 치사율이 62%에 이른다.

이런 사투를 벌이는 AI 현장에 남경필 지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양주에서 지난달 20일 AI가 발생한 이후 열흘이 넘었고, 도내 전역으로 번지는 추세여서 난리인데도 남 지사는 한 번도 AI 현장을 찾지 않았다. “지사가 현장을 찾으면 방역작업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어서”라는 도 관계자의 변명은 말도 안 된다. 그동안 AI 발생 현장을 찾았던 전직 지사나 시장ㆍ군수들은 모두 작업을 방해하러 갔다는 소린가.

남 지사가 도정에 소홀한 건 정신이 딴 데 팔려있는 까닭이다. 누가 봐도 다 아는 사실인데 궁색한 변명이 거슬린다.

대권에 욕심있는 남 지사의 행보는 연일 정치적이다. AI 발생 신고 다음 날인 지난 21일에는 강남대에서 특강을 했고, 22일에는 국회에서 새누리당 탈당 기자회견을 했다. 주말인 26일에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27일에도 국회를 방문해 대통령 탄핵 관련 입장을 밝혔다. AI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 29일에도 남 지사는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에 대해 ‘탄핵은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저기 라디오 인터뷰에도 바빴다.

현 시국이 위중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도정이 우선돼야 하는 게 맞다. 대권보다는 도정이고 민생이다. 도정을 챙기지 않는 도지사를 응원할 도민은 없다.

남 지사의 새누리당 탈당 이후 경기도의 내년도 국비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치싸움 속 예산농사는 실패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사드배치 후폭풍으로 도내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은 경고등이 켜졌다. AI 재앙에 정신없는데 국민안전처는 현장에 감찰반을 파견해 이것저것 점검한단다. 모두 도지사가 나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것들이다. 남 지사에게 ‘경기도정이 먼저’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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