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3개월이다. 지난 8월 31일 채권단에 의해 이뤄진 결정이다. 국내 1위, 세계 7위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업계의 많은 걱정을 샀다.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리고, 해외 선사만 배불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자신했다. 수출입은 사전에 준비가 철저하고, 대체 선사를 키우면 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법정관리 3달째를 맞는 한진해운 사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출입 혼란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음이 이미 확인됐다. 더 크고 심각한 문제는 국내 해운업의 공멸(共滅) 우려다. 한진해운이 떠난 빈자리를 해외 선사들이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주노선의 경우 법정관리 전 한진해운의 점유율은 7.62%였다. 정부 말대로라면 이 중 상당수를 국내 선사, 특히 현대상선이 넘겨받았어야 한다. 하지만, 사정은 다르다. 현대상선의 점유율은 0.7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 세계 1위 덴마크 머스크가 1.5% 포인트 높아졌다. 대만 에버그린(세계 5위)도 1.04%, 중국 코스코(세계 4위)도 0.5% 포인트 올랐다. 일본의 3대 선사(MOLㆍK라인ㆍNYK)도 1.67%포인트 올랐다. 이들 외국 거대 해운사들이 한진해운 물량의 절반 이상을 나눠 가진 셈이다. 나머지 10여 개 외국 선사들도 같은 기간 0.2~0.4%포인트씩 올랐다. 한진해운 물량의 90%를 해외 선사에게 빼앗긴 셈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상선의 글로벌 계획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 가입에 실패한 것이다. 2M은 세계 메이저급 선사들이 결정한 동맹이다.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2M 가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진해운이 탈퇴한 자리를 현대상선이 들어가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하지만, 2M은 현대상선을 거부했다. 쉽게 말하면 국제 시장에서 현대상선의 존재가 중소 선사 급에 머물게 됐다는 것이다.
산업 구조조정이 뭔가. 아주 원칙적으로 보자. 다수의 경쟁이 모두의 공멸을 가져온다고 판단될 때 능력 있는 업체 위주로 수를 줄여 대외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해운업 구조조정에서도 정부는 그렇게 말했다. ‘해운업을 그대로 두면 모두 망한다. 그러니 선사 수를 정리해야 한다. 가장 경쟁력 없는 곳이 한진해운이다. 한진 이후 현대상선을 국가 대표급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목표가 완전히 헛소리가 됐다. 대한민국 기업이 해외 선사에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하는 상황이 됐고, 한국 해운업은 세계 시장에서 일본, 중국, 대만에 모두 밀려나는 꼴이 됐다.
도대체 이런 구조조정을 누가 왜 한 것인가.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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