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체험학습 지침만 되풀이… 학교들 난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고3 교실이 해마다 수업 파행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육 당국 조차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수능이 끝날 때마다 체험학습, 진로교육 등을 강조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4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 교육 당국에 따르면 교육부는 수능 이후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각급 학교에 안내하고 있다. 올해 교육부는 수능 이후 기간을 ‘자기개발시기’로 지정하고, 진로ㆍ직업상담, 문화체험, 진로ㆍ직업체험 등 세 가지를 기본으로 탄력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겠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박물관ㆍ미술관ㆍ극장 등 관람비용에 대한 수험생 할인, 독서ㆍ포트폴리오 경진대회, 진로체험 행사 등이 포함돼 있다.
도교육청 또한 지난 2014년부터 ‘수능 이후 고3 교육과정 길라잡이’를 마련하고, 수능 이후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위한 탄력 운영과 프로그램 등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체험, 영상물 이용 수업, 박물관ㆍ미술관 등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 참여 등이 주요 내용이다. 상당수는 교육부가 제시한 수능 이후 고3 교실 정상화 방안과 겹친다.
그러나 교육 당국이 발표한 방안 대부분이 현장체험 등에 국한된데다 실질적인 대책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 체험학습만 진행할 수는 없는데다 수백 명의 학생이 동시에 현장수업을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원의 한 고교 3학년 부장교사는 “수능 이후 학생 대부분 의욕이 떨어진 상황에서 매일같이 체험학습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일선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섭외하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를 반영하듯 안양의 P고교는 이달 중 단 5일만 현장체험 일정을 잡았고, 수원의 S고교 또한 일주일에 1회 정도만 외부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러면서 일선 학교 교사들은 체험학습 등 땜질식 프로그램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내 한 고3 담임교사는 “말이 좋아 현장활동이지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다른 곳으로 학생들이 새기 일쑤”라며 “출결관리에 힘써라,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하라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이후 또한 학교 교육이 이뤄지는 시기이지만 들뜬 마음에 학생들이 일탈할 수 있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서 “각 시ㆍ도 교육청과 긴밀히 협력하고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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