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한국사회의 핵으로 등장한 이후 공직사회가 사실상 중요 업무에서 손 놓고 있다. 특히 지난주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합의하면 언제든지 퇴진을 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이후 현 정부의 임기조차 불확실하여 공직사회는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극히 일상적인 업무 이외에는 개점 휴업상태이다.
이런 기강이 해이된 공무원의 태도는 일면 이해할 수도 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 자신이 국가의 공적 업무보다는 사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여 국정농단을 행한 상황에서 이를 빌미로 공직기강이 해이된 것을 공무원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눈치 빠른 공직사회의 속성을 보면 이런 복지부동의 공직자의 행태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공직사회에 미친 충격으로 공무원들은 과연 우리가 누구를 위해, 또한 무엇을 위해 존재한 것이냐는 심각한 자괴감과 더불어 실의에 빠져 있다. 특히 청와대가 시키는 일을 하다가 이제 그 죄까지 같이 뒤집어쓰고 있는 공직자들을 보게 되면, 오히려 적당히 자리나 지키면서 무사 안일한 것이 공무원이 살아남는 처세방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해결할 일이 많고 또한 이는 시급을 요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고 또한 서민들은 생활고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추운 겨울은 닥쳐오고 있지만, 월동준비가 안 된 서민층도 많으며, 가게 빚은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다. 청년들은 백수가 되어 사회불안이 점증하고 있다.
대외상황은 더욱 나쁘다. 중국은 사드문제로 한국 상품에 대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중국에 진출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강행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미 동맹과 한반도 관련 안보 현안이 요동치고 있지만, 대북정책을 조율할 리더십은 실종상태다. 한미FTA 개정 요구는 시간문제이다. 이달 중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도 성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경제부총리는 내정자만 있지 청문회가 시작되지 않아 경제사령탑은 부재한 상황이다. 고위공직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시급을 요하는 난제가 쌓여 있는데, 정치권은 탄핵문제로 싸움만 하고 있으니, 외국 언론은 한국을 비웃고 있다. 세금을 받고 일하는 공직사회까지 올 스톱되어 손 놓고 있으면, 과연 국민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공무원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국가운영의 중심체가 되어야 한다. 설령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정치인들이 국민을 배반하더라도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한 공직자로서의 자세를 유지, 주어진 업무에 충실할 것을 재삼 요망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