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국정교과서 채택 검토 중인 고교 50여곳 거부 유도”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공개에 대해 인천 교육계가 집단 반발 움직임(본보 11월 28일자 1면)을 보이는 가운데, 인천시 교육청이 일선 중·고교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구체적 조치에 나선다.

 

6일 시 교육청에 따르면 내년 1학기 역사과목 편성을 검토하는 인천지역 고등학교는 50여곳 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중학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 학교가 내년 역사과목을 채택하게 되면 논란이 된 국정교과서를 구매해야 한다.

 

시 교육청은 국정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수용되지 않도록 실제 교육과정 운영 권한을 가진 일선 학교와 적극 협의에 나서고 있다. 통상 일선 중·고교의 교과서 채택은 학교별로 교육과정(편성)심의위원회를 거쳐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되는 구조다.

 

시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서 내년에 중·고교 역사과목을 편성하지 않더라도 학생이 졸업 전까지 이수하면 되는 현행 제도에 맞춰 일단 내년에 새로 편성하는 학년을 없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후 검정교과서 체제 환원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청연 교육감은 최근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공개된 직후 입장표명을 통해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강행은 국민의 뜻에 역행하고 공교육의 불신을 빚어내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인천의 각 중·고교와 시 교육청과 긴밀히 협의해 내년에 국정 역사교과서가 적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협의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 모든 권력과 권위가 거부된 대통령이 추진한 핵심정책”이라며 “국정화 역사교과서는 친일·독재 교과서라는 우려 이전에 이미 의도와 진행방식 자체가 반헌법적·비교육적인 정당성을 잃은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 교육청은 매년 12월 초 다음해 교과서 대금의 5%가량을 출판사에 선납하던 관행을 중단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 교육청의 행보가 교육부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부가 서울과 광주, 전남 등 일부 시도의 국정교과서 거부 행보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 권한이 학교장 및 학교운영위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시도교육청의 개입을 차단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교과서 시행과 관련한 행정행위에 협력하지 않는 등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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