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청문회 모인 재벌 총수들 “정경유착 고리 끊겠다”

“청와대 거절 어려워” 재단 출연금 대가성 부인
이재용은 전경련 탈퇴·미래전략실 해체 약속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대기업 총수 8명이 증인으로 나서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의혹인 정경유착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면서도 한결같이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의 뇌물 의혹 수사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 9명이 참석했다. 허창수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출석했고 옆자리에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앉았다.

 

대기업 총수들이 청문회에 모인 것은 지난 1988년 일해재단 비리 관련 5공 청문회 이후 28년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집중 질문공세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제가 부족한 점이 많으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하면서도, 기금 출연의 대가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 “사회 공헌이건 출연이건 어떤 경우에도 대가를 바라고 한 지원은 없다”며 부정했다.

 

그는 국민들의 비판여론에 대해 그는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정경유착 고리를 끊을 것이냐”는 물음에는 “경솔했던 일들이 많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전경련 탈퇴와 미래전략실 해체를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에 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을 느꼈다“며 “미래전략실은 선대회장이 만들고 현 회장이 유지해와 조심스럽지만 국민여러분이나 국회의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으면 없애겠다”면서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삼성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하자 “그러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오전 질의에서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탈퇴에 동의하느냐”는 하 의원에 질문에 “환골탈퇴의 필요성은 충분히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구본무 LG전자 회장은 “전경련은 헤리티지 단체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도 “탈퇴의사는 있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전경련 해체 요구와 관련,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일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불미스러운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벌 총수들은 총수들의 이같은 일관된 부인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임박한 특검 수사를 앞두고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가성이나 부정한 청탁이 밝혀질 경우 뇌물 공여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의 뇌물 의혹 수사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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