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곳곳 사채 광고… 공정위 마크 도용 합법처럼 속여
금융권 대출 막힌 영세상인들 피해… 警 “불법대출 단속 강화”
“사람까지 돌아다니면서 사채 쓰라고 권유하는데 요즘 가게 사정이 어려워 혹할 때가 있네요”
8일 오후 2시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중앙시장은 거리마다 수십 장의 대출 광고 명함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상태였다. 명함들은 ‘당일대출’, ‘업계최저이자’, ‘신용불량자도 대출가능’ 등의 문구들로 사람들을 유혹했다.
특히 상당수 명함에는 ‘공식등록업체’라는 문구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의 마크까지 도용해 합법적인 업체처럼 광고했지만, 등록 지역 및 등록번호, 정확한 연이율 등은 고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일부 업체들은 ‘대부모집인’이라고 불리는 영업책까지 고용해 상점을 찾아다니며 대출을 권한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상인 O씨(53ㆍ여)는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며 대출을 권하는 사람들이 종종 돌아다닌다”면서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장사도 잘 안돼서 급전이 필요하면 불법사채라도 쓸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1시간 뒤 찾은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을 비롯해 미나리광시장, 영동시장 등 남문 일대 전통시장에서도 불법 대부업체의 광고가 곳곳에 뿌려져 시장 상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30분동안 시장에서 수거한 명함만 100여 장에 달할 정도로 대부업체들은 마구잡이로 명함형 광고를 살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상인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지동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H씨(48)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가게 앞에 뿌려진 불법 대출 광고 명함을 보고 100만 원을 빌렸다가 이자만 60만 원을 내야 했다. 연이율만 240%에 달했고, 하루 늦게 상환했다는 이유로 계약내용에도 없던 이자 40만 원을 추가로 내줄 수밖에 없었다.
H씨는 “해당 대부업체에 항의했는데 험상궂은 남자들이 연체 시 적용 기준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며 “꼼짝없이 이자를 다 지불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이 금융권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영세 상인들의 경우 이 같은 불법 대부업체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대부업체들에 대한 수사와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상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전통시장에서의 불법 대출을 권하는 무등록 업체들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는 시ㆍ군 및 경찰, 금융감독원과 합동점검을 실시해 올 한해만 198곳의 불법 대부업체를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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