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임자 뜻도 포용하는 김양제 남부경찰청장

김양제 신임 경기남부경찰청장에겐 ‘호방한 야전 사령관’이라는 형용사가 붙어 다닌다. 서울종로경찰서장 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큰절을 올려 화제가 됐다. 충남지방청장을 떠날 때는 모든 직원들과 커피숍에서 만나 일일이 소회를 나누기도 했다. 제도 운용이나 인사에서의 파격적인 개혁도 부임지마다 남겨 놓은 그의 흔적이다. 한 마디로 직원과 끝없이 소통할 줄 알고, 과거 틀에서 과감히 탈피할 줄 아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김 청장의 부임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이런 기대가 취임과 동시에 입증됐다. 부임 후 첫 인사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을 단행했다. 청 내 핵심이라 불리는 인사계장 자리에 순경 공채 출신을 임명했다. 경찰대 출신이나 간부 후보 출신이 주로 차지하던 자리다. 조직 생리상 결코 쉽지 않은 인사였을 수 있다. 하지만, 김 청장은 눈치 보지 않고 단행했다. ‘흙수저’라 여겨지던 순경 출신들에 주어졌을 사기진작이 짐작된다.

여기에 우리를 더 주목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 학교 안전 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지속 결정이다. 경기 경찰은 매일 등교시간에 초등학교 정문을 지킨다. 사고로부터의 안전,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위해서다. 학생 학부모는 물론 지켜보는 일반 시민으로부터의 평도 좋았다. 관건은 프로그램의 지속 여부였다. 전임 청장의 아이디어다. 시쳇말로 전임자가 ‘이미 재미 본 정책’이다. 많은 이들이 청장 교체로 당연히 없어질 제도라고 봤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김 청장이 ‘좋은 프로그램이니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생활 안전계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가라는 공식 지시가 있었다. 겨울 방학까지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고, 개선 방안을 가미한 뒤 신학기에도 계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초등학생들이 내년에도 계속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등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정책의 소유권이 아니라 수혜자를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 여겨진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예가 숱하다. 전임 청장의 특색 사업은 후임 청장에 의해 폐지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실적주의 폐지를 두고 극한 대립까지 이어졌던 신ㆍ구 청장 간 갈등도 바로 경기경찰청에서 빚어졌던 역사다. 정책의 최우선 가치를 도민에 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공공의 책임보다 개인의 공(功)을 계산하다 보니 빚어진 일이었다. 우리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존속 결정에 의미를 두는 이유다.

시스템이 시작하는 개혁은 모양만 바꾸지만, 사람이 시작하는 개혁은 내용까지 바꾼다. 앞으로 이어질 경기남부경찰청의 ‘사람 김양제식(式) 개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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