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탄핵소추안 표결을 지켜본 시민들은 가결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는 등 대체로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9일 오후 아주대학병원 각 과의 진료대기실 등 TV가 설치된 곳곳에는 국회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환자 및 보호자 등 시민들은 오후 3시가 되자 속속 TV가 있는 곳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본회의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TV를 응시하면서 침묵했다.
신경외과를 찾은 시민 Y씨(32)는 “국회에 국회의원들이 이 정도로 꽉 차 있는 것은 처음 본다”며 “오늘 국민의 바람과 뜻이 꼭 전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를 찾은 산모 P씨(29‧여)는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됐나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장차 태어날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려 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30분 뒤 찾은 수원역 대합실에는 이미 80여 명의 시민들이 TV에 앞에 모여들어 숨죽이며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은 물론 지나가던 시민들까지 가던 길을 멈춘 채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개표가 시작되자 순식간에 시민 50여 명이 더 모여 대합실 TV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민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초조하게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기차 시간이 다 된 듯 연신 시계를 쳐다보면서도 차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어 오후 4시10분께 가결이 확정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탄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민들은 티비 화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가 하면 지인들에게 전화해 가결 소식을 알리는 이도 있었다.
가결 소식을 듣고 크게 박수를 치던 시민 K씨(39)는 “이번 가결은 국회가 처음으로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온전히 실천한 사례”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아직까지 죽지 않았다”고 기뻐했다. 대학생 L씨(22‧여)도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 대통령이 탄핵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차기 대통령 선출 등 국정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가 남아있어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후 4시40분께 수원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도 TV로 가결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이어졌다. 일부 시민은 가결이 확정됐음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TV를 보며 옆 사람과 앞으로의 국정 방향에 대해 얘기하는가하면 TV앞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탄핵 관련 뉴스나 SNS 반응 등을 찾아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큰 소리로 “국민들이 승리했다”고 외치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탄핵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들도 있었다. 무거운 표정으로 TV를 지켜보던 시민 O씨(67)는 “언론 기사 및 의혹 몇 가지만 갖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의혹에 대한 해명도 채 듣지 않고 탄핵부터 먼저 한 것은 경솔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휴가 중 가결 소식을 접한 군인 J씨(21)는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대통령이 탄핵되니 생각보다 기쁘지만은 않다”면서 “앞으로 군의 전투준비태세가 더 강화되는 등 훈련 및 근무 등이 훨씬 강화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A씨(38‧여)는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가결이 확정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웃던 장면이 생각난다”면서 “이번 가결로 인해 입장이 바뀌어 결국은 그때의 웃음이 눈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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