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정국 속 컨트롤 타워는 부재..한국경제, 중심 잡아야

12년 만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부결로 인한 불확실성보다는 낫다는 평이지만, 경제에 미칠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4분기 성장절벽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신인도 하락 등이 우려되고 있다.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부총리 교체를 둘러싼 혼란도 하루빨리 해결해 한국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결보다는 낫지만, 혼란 당분간 불가피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 경제의 특성상 탄핵안 부결보다는 가결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는 덜하다는 평가다. 탄핵안이 부결됐을 경우, 정국 혼란의 정도는 예측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대통령 권한이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을 맞는 상황이 벌어진 만큼, 국내 경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차기 대통령 선출까지 길게는 8개가량 소요되는 만큼 불확실성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신인도 하락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신용평가기관이 한국에서 발행한 국채와 회사채 신용등급 하락을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관련한 보고서를 펴내면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가 국내 경제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로 기존에 비해 0.4%p 낮춘 2.6%를 내다봤다. 단기적 하방요인으로 갤럭시노트7 사태와 함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 등 ‘국내 정치적 위험’을 언급한 바 있다.

■대외 불확실성 높아 내년도가 더 위기

문제는 정치적인 혼란을 제쳐놓고도 우리 경제가 이미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 12월호’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가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나, 여타 부문이 부진하면서 경기가 점차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는 지난 10월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다”, 11월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다”고 전망한 것보다 더욱 악화한 표현이다. KDI는 우리 경제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지난 1분기 2.8%, 2분기 3.3%, 3분기 2.6%에서 4분기는 1.9%로 2%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기 대비 성장률은 4분기 0.0%로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탄핵의 여파가 경제계로 옮아붙으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내년 상황은 더 어두울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 혼란이 지속되면 경제주체의 소비위축과 투자 지연뿐만 아니라 생산 및 노동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면서 내수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다.

 

■문제 산적한데…경제 컨트롤 타워는 부재 중

하지만, 이러한 난국을 수습해야 하는 경제 부총리의 교체와 관련한 혼란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일 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청문회 개최 여부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경제를 수습해야 하는 현 유일호 부총리가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어정쩡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통령 탄핵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대응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은 2% 중반도 쉽지 않고, 거시 경제 상황은 지금 계속해서 가라앉고 있다”면서 “경제변수가 개선되는 것이 거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 부총리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가 책임지고 정책의 중심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 정부가 들어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라며 “지금까지의 정책이 잘 마무리 되도록 컨트롤타워 중심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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