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터널 불나면 속수무책… 대피로 전무

대구 서문시장 등 전국적으로 화재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기지역 터널들이 대피로가 없는 등 화재 발생 시 속수무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소화장비마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1일 오전 11시30분께 찾은 화성시 서신면 구봉터널은 화물 트럭 등 대형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구봉터널은 600m의 길이로 지난 2008년 완공된 터널이다. 하지만 화재 시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갈 수 있는 대피시설은 터널 내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터널 안에 마련된 일부 소화기는 안전핀 및 소화기 본체 등에 녹이 잔뜩 슬어 있는가 하면 대부분 제조한 지 8년 이상 된 것으로, 화재 발생 시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총 길이 680m로, 지난 2010년 완공된 안성시 일죽면 초막터널도 대피시설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일부 소화기 보관함은 녹이 잔뜩 슨 탓에 아예 문을 열기조차 어려웠고, 사고 시 대처를 위한 CCTV도 먼지가 가득 낀 채 방치돼 있었다. 대피시설이 없으면 프로펠러 모양의 팬 등을 이용해 화재지역으로부터 연기를 배기하는 제연시설이라도 만들면 되지만, 1천m 이하의 터널은 의무설치가 아닌 탓에 이마저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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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시 일죽면 초막터널(680m)에서는 대피시설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사진 왼쪽) 화성시 서신면 구봉터널(600m) 내에 있는 소화기들이 녹이 슬고 먼지가 가득 쌓인 채 방치돼 있다. 송승윤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4년부터 화재나 차량충돌 등 터널 내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2004년 이후에 만들어진 터널 중 500m 이상의 길이를 가진 연장등급 3등급 이상 터널은 피난연결통로나 피난대피터널 등의 대피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또 제연시설의 경우 길이가 1천m 이상인 1ㆍ2등급 터널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침이 만들어진 이후 완공된 도내 터널들조차 대피시설이 없는가 하면 소화 장비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도내 터널은 281곳에 달하지만 관리주체는 경기도와 일선 지자체 등 40여 개로 분산, 안전 관리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2004년 이후 완공된 터널 중 지침이 생기기 전에 이미 설계가 끝났거나 예산 문제 등으로 미처 대피시설을 설치 못 한 경우가 많다”면서 “대피시설이 없는 터널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설 보완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터널에서 발생한 자동차 화재 발생 건수는 2011년 이후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26건, 재산 피해액도 연평균 2억 7천945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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