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에 쓰이는 장단 활용·변형
도립국악단 연주로 완성도‘↑’
“여성 작곡가 희망 얻었으면…”
“저로 인해 많은 여성 작곡가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일 베를린필하모니 캄머홀에서 ‘제1회 국제 박영희 작곡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우>가 울려퍼졌다.
경기도립국악단이 지난 9일(현지시간) 연주한 <기우>는 비가 내리기 전 하늘의 모습을 표현한 곡이다. 관현악으로 하늘, 바람, 나무 등의 자연을, 타악기로 비가 내리길 기원하는 기우제의 모습을 표현했다.
굿에 쓰이는 장단인 진도씻김굿의 흘림 장단과 푸너리 장단, 경기도당굿의 진쇠장단을 활용하고 변형해 한국 전통가락을 서정적으로 잘 조화시켰다.
제1회 국제 박영희 작곡상 대상을 수상한 이예진(39)씨는 이날 공연장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잠깐 작곡을 놨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이번 상을 받으면서 나 자신을 믿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이어 “기우는 한국전통악기인 대고 징을 위한 타악기 협주곡이다. 평소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아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곡을 쓰고 싶었다”라며 “그러던 중 기우제에서 영감을 얻어 비 내리는 모습을 담은 곡을 쓰게 됐다.”라고 곡에 대해 설명했다.
자신의 곡을 연주한 경기도립국악단에 대해서는 “워낙 출중한 실력을 갖춘 국악단이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완성도 높은 연주를 해주었다”며 “특히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제 곡이 베를린필하모니 캄머홀에서 연주된다는 것이 영광스러울 뿐이다. 앞으로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상을 받은 만큼 더 좋은 곡을 쓰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악기와 우리 전통음악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여성 작곡가들이 결혼 출산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 가슴 속에 꿈이 있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저로 인해 많은 여성 작곡가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독일 베를린=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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