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이고 ‘1타당 100만원’ 내기 골프…수천만 원 꿀꺽

수상한 내기골프 알고보니…경기전 수면유도제 먹이고
1타당 100만원 커진 판돈 4천200만원 편취 일당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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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타수 ‘70~75타’의 프로급 골프 실력자인 A씨는 지난 10월 가평으로 내기 골프에 나섰다가 이상한 경험을 했다. 

경기 시작부터 갑자기 어지러움이 몰려와 주변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두 다리가 후들거려 필드 위를 제대로 걷기조차 어려웠다. 

A씨는 ‘오늘따라 경기가 안 풀린다’는 의문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고, 정신을 다잡고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A씨는 이날 경기가 끝났을 때 2천만 원 가량을 잃고 말았다.

 

경기 직후 A씨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우선 내기 수준이 1타에 1만 원이던 것이 어지러움을 틈타 판돈 수준이 1타당 1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또 이날 상대자였던 P씨(58) 등 3명의 실력은 분명히 하수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이 들던 찰나, A씨는 경기 전에 마셨던 막걸리와 커피가 불현듯 떠올랐다. P씨 일행은 A씨에게 거절 못 할 상황을 만들면서 커피와 막걸리 등을 강요하듯 건넸던 것이다. 얼마 후 이어진 경찰 조사 결과, A씨 소변에선 향정신성 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가평경찰서는 이를 계획된 사기도박으로 보고 P씨 등 2명을 구속했고, 달아난 공범을 쫓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P씨 등은 이 같은 수법으로 2차례에 걸쳐 4천2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P씨 등이 수면유도제를 커피나 막걸리 등에 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P씨 일행은 사기로 내기 골프를 하기 위해 앞서 ‘섭외’에 나섰고, 서울의 한 실내골프장을 둘러본 것으로 드러났다. 공교롭게 A씨가 이 자리에 있었고, 일당은 “선생님 골프 하는 것을 곁눈질로 봤는데 너무 잘 치시더라. 우리가 비용을 댈 테니 현장에서 한 수 알려달라”고 환심을 사며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P씨 일행은 모두 무직자이며 비슷한 범죄로 복역한 전력이 있다”면서 “이들이 여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고창수ㆍ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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