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대형사고 막아낸 수원남부署 옹동록 경위, “다음에 똑같은 상황 벌어지면요? 온 몸으로 막아낼 겁니다”

▲ 옹동록 경위

“다음번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제 의무이니까요.”

 

수원남부경찰서 상황실에 근무하는 옹동록 경위(47)의 왼쪽 허벅지에는 아직도 붉은 상처가 선명하다. 화상을 입은 지 두 달여가 지난 현재도 살갗에 바지가 닿으면 여전히 고통스러워 허벅지 전체를 덮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옹 경위에게 이 상처는 ‘영광의 상처’다. 그는 지난 10월9일 남부서 로비에서 분신을 시도한 한 30대 남성을 살리고 더 큰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자 쏜살같이 불길에 휩싸인 남성에게 뛰어들었다.

옹 경위는 “당시 일요일 오전이라 직원들도 별로 없었고 현관 직원들도 무척이나 놀란 상태였다”며 “신나 냄새가 진동해 위기감을 느껴 바로 달려들어 막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옹 경위의 발 빠른 대처로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고, 분신을 저지른 남성은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다. 옹 경위 또한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자신의 영웅적인 모습에 자부심을 먼저 보일 법하지만 옹 경위는 먼저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분신한 남성이 치료 중 끝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뛰어들 때만 해도 정신이 없어 고통도 느끼지 못했는데 막상 병원에 가니 엄청난 아픔이 찾아왔다”라며 “그러나 살리려 한 분이 끝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달여 간의 입원 치료기간에 힘을 준 것은 가족들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의 꿈을 키워가는 두 아들과 언제나 옆에서 응원해주는 아내의 격려로 병상을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옹 경위는 “나 때문에 가족들이 아파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씩씩한 모습을 보여줘서 더 큰 힘이 됐다”면서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 아들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을 보일 수 있어 행복하다”고 웃음 지었다.

 

경찰 제복을 입은 지 어느덧 23년째. 옹 경위는 그동안 남다른 의협심으로 동료에게 신뢰를 주는 경찰이 됐다. 첫 발령지였던 서울 명동파출소에서 8명의 소매치기범에 혈혈단신으로 맞섰던 그때의 혈기는 중견급 경찰이 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옹 경위는 “다음에 같은 일이 있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단순히 직업적 사명 때문이 아니라 운명이자 숙명 같은 것”이라며 “국민이 입혀준 제복에 부끄럽지 않도록 한결같이 시민 안전을 지키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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