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도 ‘중독의 늪’… 안전지대 없다
최근 정국을 블랙홀로 몰아넣은 ‘최순실게이트’에서 이슈로 떠오른 것 중 하나가 ‘(관련자들이) 프로포폴을 투약했느냐?’에 대한 논란이다. 이는 프로포폴을 포함, 마약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죄악시 여기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10대 청소년조차 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해 마약사범의 수가 1만 명을 훌쩍 넘기며 이제는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모두가 쉬쉬하며 ‘재활치료’를 금기시 하는 풍토도 문제다. 이에 본보는 한국 사회에 무분별하게 퍼져 있는 ‘독버섯’ 마약의 실태를 살피고 대책 방안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필로폰을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C씨(34) 등 3명을 구속하고 H씨(24·여)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씨 등은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이들을 모집, 마약 경험이 없는 여성 6명까지 끌어들였는데 이 중 3명이 15~17세의 미성년자로 드러났다.
구속된 남성들은 조건만남을 통해 만난 S양(17)에게 “본드나 부탄가스 등을 해봤느냐. 그것과 비슷한 것인데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는 식으로 약을 몰래 권하며 이를 처음 접하게 했다. 이후 S양은 지인인 청소년 2명에게 “한번 해볼래”라고 소개했고 C씨 등에게 다시 연락해 처음 마약을 경험했다.
이처럼 마약은 10대 청소년까지 쉽게 접할 정도로 무방비로 노출,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실정이다. 경기북부청이 해당 사건을 포함해 올해 1~11월까지 잡아들인 마약 사범 수는 497명(구속 114명)인데 이를 분석하면 건축업자, 자영업자, 회사원, 농사꾼, 주부 등 다양한 직업군에 연령대도 10~60대까지 10~30%대 수준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마약사범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하며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1만5천여 명으로 추정되며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적발·압수된 마약류 양도 2013년 7만6천392g, 2014년 8만7천662g, 지난해 9만3천591g 등을 기록하며 증가 추세다. 여기에 적발된 마약의 수준도 해가 갈수록 강력하다.
최근에는 ‘알킬 나이트리트(러시)’, ‘TG(신의 눈물)’, ‘허브’, ‘JWH-030(합성대마)’ 등의 신종마약들이 밀반입돼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러 약을 합성해 만든 것으로 대마처럼 기존에 알려진 마약보다 중독성이 수배 이상 강력하다. 물론 신체에도 훨씬 더 치명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치에 포함 안 된, 드러나지 않은 마약과 마약투약자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것이다.
하재식 경기북부청 마약수사대장은 “불과 10년 전에는 마약 투약자들이 유흥업소 종사자, 조직폭력배 등에만 한정됐던 것이 이제는 모든 이들이 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며 “경찰에서 잡아들인 마약사범은 빙산의 일각으로, 붙잡히지 않은 마약 투여자까지 고려한다면 그 수를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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