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군 데뷔전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년 이맘때는 꼭 후회할 일을 남기지 않겠습니다.”
프로야구 kt wiz 우완 투수 채선관(28)은 지난 7월 14일 1군 데뷔전을 잊지 못한다. 전날 1군 콜업 연락을 받으며 난생 처음 1군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7회부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의 별다른 지시가 없어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에게 9회초 갑작스러운 등판지시가 떨어졌다.
어깨가 식은 상태에서 공 2개를 부랴부랴 던지고 마운드에 오른 채선관은 직구가 130㎞대에 머물렀고, 제구는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1/3이닝동안 2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부진, 다음날 곧바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채선관은 곧 30대를 앞두고 있지만 프로 입단 4년차에 불과하다. 중ㆍ고등학교 시절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프로지명을 받는데 실패했고, 대학(한양대)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도 2학년때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2년을 날린 그는 졸업후 어느 프로구단에서도 입단제의를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상무 제대후가 야구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다. 아무도 나를 찾아주는 곳이 없었고, 야구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쉬어 고양 원더스의 문을 두드렸다”고 담담히 말했다.
투수 명조련사인 김성근 감독(74ㆍ한화) 밑에서 지옥훈련을 소화하며 1년에 3만개 가까운 공을 던졌다는 그는 그때 야구 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이를 눈여겨보던 kt에 2013년 9월 김종민(31)과 함께 입단 제의를 받으며 꿈에 그리던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2군에서 꾸준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1군의 부름은 오지 않았다.
성적을 내기 위해 자신있던 직구와 슬라이더만 고집했던 것이 결국 발목을 붙잡았다. 제3의 구질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뒤 전병호 코치와 정명원 코치에게 각각 너클커브와 포크볼을 전수받고 있다. 그는 “이제 70%정도 마스터했다. 이제 ‘투 피치 투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1군에서 다양한 변화구를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채선관의 올시즌 퓨처스 리그 성적은 평균자책점 3.33 46이닝 3승 1패 2홀드 2세이브. 내년 시즌에는 이 성적표를 1군에서 기록하는 것이 목표다. 채선관은 “내년에는 1군마운드에서 전 구단을 상대로 공을 던지고 싶다. 결정적인 순간에도 자신있게 변화구를 던질수 있는 두둑한 배짱을 팬들에게 꼭 보여줄 것”이라며 “상대 투수로 니퍼트가 나온다해도 주눅들지 않을 것이다. 두 번 실패는 없다”고 포부를 피력했다.
사진=오승현 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