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표 교체기에 도민 배신하는 道 중기센터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의 대표가 조만간 교체된다. 19일 이사회를 열어 후임자로 한의녕씨를 내정했다. 오는 26일 도의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한 씨는 내달 초부터 새롭게 업무를 시작한다. 현 윤종일 대표는 12월31일로 임기가 마무리된다. 지금쯤이면 업무 승계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가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무 승계의 기본은 마무리할 일과 넘겨줄 일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떠날 윤 대표 체제가 넘겨줘야 할 일을 챙기고 있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과의 통합에 따르는 후속 조치다. 연구용역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통합 상세 방안이다. 본보 보도로 그 내용의 황당함은 알려졌다. 3급 직원 15명을 2급으로 전환시키는 ‘승진 잔치’고, 2급 승진에 따라 정년이 연장되는 ‘생존 잔치’고, 직원들의 상여금을 높여주는 ‘보너스 잔치’다. 여기에 신규 직원 채용을 없애는 ‘독식 잔치’이기도 하다.

윤 대표가 마무리하려 들면 안 되는 업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후임 한 내정자는 한국 IBM부터 대한방직 부회장에 이르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중에도 눈에 띄는 건 기업 간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다. 경기도가 한 내정자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 있다. ‘기업 통합의 경험이 중기센터와 과기원 통합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합의 마무리를 그에게 맡기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 내정자 취임 때까지 통합 업무를 미뤄두는 게 옳다. 불과 보름여만 기다리면 시작할 한의녕 체제다. 그런데 현 윤종일 체제의 중기센터가 뭐에 쫓기기라도 하듯 후속 작업을 서둘렀다. 바쁜 연말에 용역 결과를 냈고, 그 용역 결과에 대한 설명까지 끝냈다. 게다가 경기도 담당 책임자에게는 용역에 대한 정식 보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알려진다. 그 내용이 조직 이익에 부합하고 도민 이익에 반하는 것 일색이다.

이쯤 되면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가. 전문가가 오기 전에 조직의 이익을 위한 대못을 치겠다는 의도 아닌가. 떠나는 윤 대표는 조직에 선물 주듯 이를 모른 척 한 것 아닌가.

윤 대표는 농협중앙회 경기본부장을 역임했다. 경기도 농업인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런 그가 퇴임 후 중기센터 대표직을 맡았다. 경기도민에 봉사할 영광스러운 기회였다. 하지만, 그는 이런 소중한 기회를 실망스럽게 마무리하고 있다. 1,300만 도민보다 간부 직원 몇 명의 이익을 담보해주고, 통폐합에 걸었던 경기도의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하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몰랐다면 무책임한 것이고, 알았다면 몰염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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