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먹는 방송) 인기가 끝이 없다. 2000년대 들어 꾸준히 형성됐다. ‘6시 내 고향’(KBS), ‘생방송 투데이’(SBS) 등의 단골 소재도 ‘먹방’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열풍이 2014년쯤부터 광풍으로 바뀌었다. 요식업자 백종원씨의 요리 예능-MBC- 출연이 결정적이었다. 이제 처음부터 끝까지 먹는 것으로 승부하는 ‘먹방’이 대세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TV까지 합하면 수십 개 ‘먹방’이 방송된다. 재방송을 계산하면 대한민국 TV는 하루 종일 ‘먹방’이다. ▶‘이코노미스트’나 ‘월스트레이트저널’ 등 외신이 한국의 먹방을 취재한 것도 꽤 됐다. 한국 사회의 불안 심리가 ‘먹방’으로 표현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CNN은 ‘한국의 먹방이 왜 세계로 확산되는가’를 취재 보도했다.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식사법’(social eating)이라고 소개하며 ‘이런 트랜드가 세계인에게 먹혀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Mukbang’이라는 고유명사가 상징하듯 ‘먹방’은 이제 또 하나의 한류 품목이다. ▶이런 이면에서 쌓여가는 우울한 통계가 있다. 국세청의 2015년 통계연보를 보면 2014년에 폐업한 자영업자가 68만604명이다. 이 가운데 식당업자는 15만6천453명이다. 그중 절반 넘는 50.7%가 영업 부진을 폐업 이유로 꼽았다. 그런데도 식당은 늘어난다. 같은 2014년 기준 음식점(주점업 포함)수는 65만 개다. 전년 대비 2.4%p 늘었다. 인구 5천133만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대한민국 국민 78명당 1명이 식당 주인인 셈이다.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0년대 초, 식당 간판마다 유행처럼 번진 문구가 있었다. ‘TV에 나온 집’이다. 그 후 일부 식당에서 ‘TV에 안 나온 집’이란 익살스런 문구를 써 붙였다. 이어 등장한 ‘TV에 나올 집’이란 문구는 그중에도 압권이다. ‘먹방’이 음식점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던 ‘먹방’이 이제 업계 공멸(共滅)의 원인이 돼가고 있다. 모두를 뛰어들게 해 모두가 망하는 길로 유혹하고 있다. 각종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쯤 되면 세계로 뻗어가는 ‘mukbang’ 한류를 마냥 즐거워만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심야시간대 ‘먹방’ 프로그램은 제한된다. 야식을 부추긴다는 국민건강 차원의 제한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국민경제를 걱정하는 정책은 없다. ‘한 해 매출 50억원 식당’ ‘100m 줄 서서 들어가는 식당’ ‘인생 역전에 성공한 식당’….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이다. 몇 푼 안 되는 퇴직금을 쏟아 넣게 하는 유혹이다. 그냥 두고 봐도 괜찮은 걸까. ‘먹방 망국론’이라 하면 과한 표현일까.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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