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檢察, 대선 후보들 의혹에 신속하고 당당해져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비리의혹이 불거졌다. 반 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이던 2005년 5월 한남동 공관에서 20만 달러를 받았고, 2007년 초 총장 취임 후 축하 선물로 3만 달러를 건네받았다고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SBS는 박 전 회장 비서의 다이어리에 반기문이라는 이름과 돈 액수-5만 달러-가 두 차례 등장한다고 추가 보도했다.

반 총장 측은 펄쩍 뛴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반 총장에 대한 시사저널의 보도는 완전히 근거 없는 허위(completely false and groundless)”라면서 “시사저널 편집장에게 공문을 보내 사과와 기사 취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예외 없이 유력 후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의혹(2002),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2007),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의혹(2012)이 대표적 예다. 해당 선거에서 유권자의 관심이 컸던 매머드급 의혹들이었다. 여기서 그 의혹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의혹도 선거 전에 명쾌한 답이 내려진 적 없다. 그저 선거 속 난타전으로 버려졌다.

여기엔 검찰이 고집해오는 관행이 있다. ‘유력 후보의 의혹은 선거 중에 수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선거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러다 보니 앞의 모든 의혹들이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야 수사됐다. ‘이회창 병역 의혹’을 제기했던 김대업을 검찰이 구속한 것은 2003년 1월25일이다. 대선 31일 후다. ‘BBK 의혹’을 특검이 혐의 없다고 발표한 것은 2008년 2월 21일이다. 역시 대선 64일 후다.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 의혹 처리는 더 어이없다. 김해호씨(66)는 2007년 경선 당시 ‘최태민-최순실-박근혜 후보’로 이어지는 컨넥션을 폭로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진실에 가깝다. 하지만, 검찰은 경선-이명박 후보 승리-이 끝난 뒤 사건을 처리했다. 그것도 김씨를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로 구속기소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김씨는 ‘눈물만 난다’고 술회한다.

대한민국 검찰에 남은 주홍글씨다. ‘선거 중립’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이긴 자 편들기’로 귀결됐다. 그 결과로 억울한 후보자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문제 있는 후보자가 당선되기도 했다. 이제 이런 검찰 흑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유력 후보라도 선거일과 무관하게 수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미국 FBI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클린턴의 e 메일 사건을 재수사한다고 밝혔다. 당당해 보이지 않나.

반기문 총장은 유력 후보다. 분명히 털고 가야 한다. ‘병역 의혹’ ‘BBK 의혹’ ‘최태민 의혹’처럼 결론 없는 논쟁으로 끌고 가면 안 된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도, 의혹에 반박하는 쪽도 형사 고발로 갈 필요가 있다. 그게 책임 있는 자세다. 이후 책임은 검찰이 져야 한다. 지체 없이 수사하고 당당하게 발표해야 한다. 비단 반 총장의 의혹뿐만 아니다. 앞으로 이어질 모든 대선 후보들의 의혹에도 똑같이 적용돼야 할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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