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금괴 밀수 통로?…특수 조끼로 200억대 금괴 밀수

中서 벌어들인 불법자금 금괴로 바꿔
14차례 걸쳐 들여와… 개항 이래 최대
선박회사 간부도 개입, 상시출입증 악용

▲ 인천본부세관 직원이 S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금괴와 특수조끼를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 화물 여객선을 이용해 시가 200억원 상당의 금괴 423㎏을 중국에서 국내로 밀수입한 일당 6명을 검거한 인천본부세관 직원이 26일 오전 인천시 중구 청사내 대회의실에서 압수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장용준기자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백억 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금괴로 바꾼 뒤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려던 일당이 세관에 덜미를 잡혔다.

 

더욱이 이들은 인천항을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상시출입증을 소유하고 있는 선박회사 간부를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은 중국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화물여객선을 통해 금괴 423㎏(시가 200억 원 상당)을 국내로 밀수입한 국제 금괴밀수 조직을 적발해 밀수총책인 S씨(35) 등 조직원 6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관세) 혐의로 인천지검에 구속고발 했다고 26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20일부터 올해 11월28일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금괴 423㎏을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단일 사건으로는 인천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다.

■해외서 번 불법자금 금괴로 바꿔 국내 반입시도

일반적으로 대형 귀금속 전문점이나 도매업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금괴를 밀반입하던 것과 달리 이들은 중국에서 환치기나 불법도박사이트, 보이스피싱 등으로 벌어들인 불법자금을 몰래 국내로 들여오는 방법으로 금괴를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억 원 상당을 현찰로 갖고 들어오려면 라면상자로 5~6개 분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안검색에 적발될 가능성이 높아 부피가 작은 금괴로 바꿔 밀반입한 것이다.

 

더욱이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쳐 금괴를 국내에 들여올 때 내야하는 관세 3%, 부가가치세 10%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세금포탈도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

▲ 압수된 금괴 현품사진 /인천본부세관 제공
▲ 압수된 금괴 현품사진. 인천본부세관 제공
■보안구역 출입 가능한 선박회사 간부 끌어들여

이들은 중국에서부터 밀수출 및 운반, 국내반입, 금괴 인수 및 대가 분배 등 역할을 나눈 점조직 형태로 밀반입을 시도했다.

 

화객선 선원인 J씨(49)가 금괴를 배에 실으면, 같은 선원인 D씨(49)가 선실 옷장에 넣어 인천항까지 운반했다. 배가 인천항에 들어온 뒤에는 선박회사 과장인 K씨(41)와 P씨(36)가 배에서 금괴를 받아 인천항 밖으로 빼돌렸다. 

선박회사 직원은 상시 출입증이 있어서 보안구역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고, 상시 출입허가를 받은 차량을 이용하면 보안검색을 생략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세관의 감시망을 피하려고 금괴 30~40개를 담을 수 있는 특수조끼를 만들어 범행에 사용했다. K씨와 P씨가 금괴를 담은 특수조끼를 입고 청테이프를 휘감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몸에 밀착시킨 뒤 조끼 위에 셔츠와 점퍼를 껴 입어 들키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점퍼를 입을 수 있을 만큼 날이 추워지는 11월과 12월에 집중적으로 금괴 밀반입을 시도했다.

 

운반책은 밀수입 대가로 중량에 따라 ㎏당 30만 원 상당의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 인천본부세관 직원이 S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금괴와 특수조끼를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밀반입한 금괴 300㎏ 상당 더 있을 듯

인천본부세관은 최근 중국에서 밀수입한 금괴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4개월동안 잠복수사를 진행했다.

세관은 인천항을 빠져나온 운반책 K씨로부터 금괴를 건네받은 밀수입 총책 H씨(43)가 송도국제도시 내 나대지에서 밀수총책인 S씨와 접선하는 현장을 덮쳐 H씨와 S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또 K씨 등 4명을 추가로 긴급체포했다.

 

세관은 이들 통장 거래내역 등을 조사한 결과 밀반입한 금괴가 740㎏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압수품이나 거래내역이 확실해 혐의가 입증된 423㎏ 외에도 300㎏이상의 금괴가 더 있는 것이다.

 

세관은 중국 측 밀수출 총책과 밀수입된 금괴를 사들인 국내 구매자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성일 인천본부세관 조사국장은 “물류흐름이 지체되지 않도록 상시 출입허가를 받은 차량의 보안검색을 생략하는 일이 많았으나 앞으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보안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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