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대표 교체기에 만들어진 자체 통합안을 폐기해야 한다. 본보 보도로 알려진 경제과학진흥원의 자체 통합안은 한 마디로 반(反)도민 구상이다. 현 중기센터 3급 직원 15명을 2급으로 승진시키는 안이 포함됐다. 이들의 정년이 덩달아 48세에서 54세로 연장된다. 직원 성과급도 상대적으로 후한 중기센터의 것을 적용키로 해 임금 인상의 효과를 꾀했다. 통합 정신에 반하고, 도민 기대에 반하는 집단 이기주의다.
더 고약한 것은 이런 방안을 만든 시기다. 현직 대표는 장기 출장 중이고, 차기 대표는 정해지지 않은 시기에 만들었다. 본보의 보도 이후 통합안 추진이 잠정 중단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통합안은 여전히 서랍 속에 살아 있다. 취임과 동시에 이 상세안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 한의녕 신임 대표의 일이다.
적체될 ‘관피아’ 처리 문제도 있다. 통합되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도과학기술진흥원에는 모두 5명의 관(官) 출신 본부장급이 있다. 경기도청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간부들이다. 정년에 앞서 퇴직한 이들에게 잔여 임기를 보전해주는 형식이다. 평균 1억원 정도의 연봉을 주고 매달 별도의 업무추진비까지 준다. 이 그룹을 그대로 두고는 통합을 말할 수 없다. 이 역시 한 신임 대표가 할 일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손봐야 한다. 두 기관이 통합하면 본부장급 간부가 11명이 된다. 연간 10억 이상을 쓰는 간부 구조다. 누가 봐도 기형적이다. 문제가 된 자체 통합안은 늘어나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을 없애겠다고 했다. 청년 실업 해소라는 공적 기관의 책임을 외면하겠다는 얘기다. 그런 기관이 본부장급을 11명이나 그대로 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역시 한 신임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
경제과학진흥원의 통합은 지금까지 서류상 통합일 뿐이다. 통합의 목적인 효율성, 경비절감 등의 개선책은 눈 씻고 봐도 없다. 도대체 1년 넘는 통합 준비 기간에 뭘 했는지 한심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신임 대표가 취임했다. 경기도는 ‘기업 통합의 적임자라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기대하는 것이다. 그에게 조직을 개혁하고, 구조를 재편하고, 경비를 절감할 진정한 통합을 기대하는 것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내부 조직의 반발이 클 수 있다. 간부 집단의 견제가 생각보다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한 신임 대표는 해야 한다. 말 안 되는 자체 통합안을 폐기해야 하고, 관피아 적폐를 해결해야 하고, 기형적 간부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 이것이 그에게 맡겨진 유일하면서도 절박한 책임이다. 그의 취임 일성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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