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AI] 3. 컨트롤 타워 부재

허술한 초동대처… 날개 꺾인 가금류 산업
남 지사, 첫 의심신고 접수 5일 후에야 ‘형식적’ 대책 회의
추가방역 시설 지원도 말뿐… 주요 축산지 속수무책 뚫려

하루에도 수백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살처분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 위기 상황에서도 도와 정부 등 방역당국은 초동 대처는 허술했다. 컨트롤 타워는 찾아 볼 수 없었고 그 사이 도내 가금류 산업은 처참하게 무너져 갔다.

 

2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양주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AI 바이러스는 철새로부터 쉽게 퍼트려지는 탓에 의심신고 직후 신속한 살처분 작업과 추후 방역대책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H5N6형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3일 내외에 불과해 빠른 조치가 절실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초동 조치를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도에서 AI가 발생한 후 5일이 지난 11월25일에서야 움직였다. 이마저도 도 대책본부를 찾은 황교안 총리와 대책 회의를 함께 하는 수준에 그쳤다. 살처분 현장 방문도 지난 14일 홍윤식 행자부 장관이 포천시를 방문하면서 동행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남 지사를 중심으로 한 책임있는 경기도 컨트롤 타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사이 최초 발생 10일 만에 도내 전체 사육두수 중 60%(3천343만 마리)를 차지하는 양주와 포천, 이천 등 도내 주요 축산지가 AI에 속수무책 무너졌고 이날 현재 1천200만 마리에 달하는 가금류가 매몰됐다. 더욱이 지난 19일 남 지사 주재로 열린 경기도 AI재난안전대책회의에서 도는 10만 수 이상 대규모 농가에 고정형 소독기 등 추가방역 시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단 한곳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적 컨트롤타워도 ‘먹통’이었다.

10월28일 충남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분변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는 언제든 AI가 확산될 수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16일 충북 음성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후에도 인근 농가에 ‘철새주의’ 문자를 보내는데 그쳤다. 무려 19일이란 기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셈이다.

 

또 정부는 관계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AI 발생 지자체들과의 유기적 협조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범정부체계는 국내 최초 발생부터 무려 26일이 지난 12일, AI방역대책본부에 안전처와 행자부, 환경부 및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부처 인력이 파견되며 비로소 시작됐다. 때는 이미 전국에서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이 땅속에 묻힌 뒤였다.

 

이에 대해 농축산부 관계자는 “농가에 주의를 당부하고 방역 체계를 정비했으나 사태를 막기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서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