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이 정권과 재벌을 위해 쓰였다는 의혹으로 시끄럽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기금 손실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합병 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측에 찬성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혐의로 특검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28일 긴급 체포했다. 특검은 정권과 재벌의 ‘거래’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에 큰 이득을 안겨줬고, 삼성은 합병 후 최순실측에 220억원이란 거액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사용했다면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권과 재벌을 위해 국민연금을 쌈짓돈처럼 썼다면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3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참사’라는 말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저성장ㆍ고령화 시대에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다. 노후 생계를 위한 국민 미래자산이다. 이 돈이 정권과 재벌의 사익을 위해 쓰였다면 국민적 공분을 살 일이다. 합병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기금에 손해가 나는 일이라고 지적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강행했다니 어이가 없다. 특검은 그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545조원에 이르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은 그동안 주먹구구식의 운용으로 여러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운용도 문제가 많다. 회의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비공개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의도 정부와 연금공단이 제시한 안건을 그대로 의결하는 것으로 끝났다. 거대 기금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해도 되는가 말문이 막힌다. 이런 체계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정권의 쌈짓돈이 될 것이고 정부 입김에 계속 휘둘리게 될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행위다.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 공정성과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부터 강화해야 한다. 또 위원회에서 결정된 중요한 사안은 즉시 공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은 철저히 국민을 위해 운용되도록 체계가 정비돼야 한다. 방만ㆍ허술하게 운영해 손실을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이 참여하는 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등 운용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노후자금을 지켜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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