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AI] 完. 전문가 좌담

“부실한 초동대처가 최악의 AI 불러 밀실 사육 개선… 링백신 투여 필요”

▲ 송창선 교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강타한 지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경기도내에서만 1천2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땅속에 묻혔지만 여전히 AI는 끝을 모르고 창궐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은 이번 AI 사태를 경험 삼아 구멍 뚫린 방역망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본보는 학계 등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와 이관 동국대 의학과 교수, 이한수 한국환경생태연구소장,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국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경기도본부 사무국장 등이 참여했다. 

- AI가 역대 최악의 상황까지 처한 원인은.

△ 송창선=골든타임을 놓쳤다. AI바이러스는 오리계에서 쉽게 확산해 통상 오리농가가 먼저 타격을 입는다. 이에 바이러스가 오리농가에서 산란계 농가로 번지기 전 초동대처를 통해 차단했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초동대처의 실패가 최악의 피해를 야기했다.

 

△ 이관=인재였다. 인체감염 위험성이 있는 바이러스라고 알려졌음에도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전국의 농가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결국 바이러스와 접촉 기회가 많아지면서 인체감염의 확률도 높아진 상황이다.

 

△ 이한수=야생조류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것은 이미 AI 방역 태세를 최고조로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올해는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에서 발견되는 야생조류에서 AI 반응이 나타나 위기감은 절정에 달했지만 방역당국의 경각심은 부족해 보였다.

 

△ 윤순영=정부는 AI 확산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보다는 철새에 원인을 전가하기 급급했다. 정부의 말대로 새가 주범이라면 그 대처 또한 잘못됐다. 많은 지자체가 시행했던 항공방제와 철새먹이주기 금지 등의 조치는 철새를 교란시켜 오히려 더 많은 지역으로 바이러스를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 김국주=내 농장은 내가 사수하겠다는 자세가 부족했다. 산란계 농장에는 계란 수집, 가축수송 차량 등 많은 이들이 출입하는데도 철저한 소독이 이뤄지지 않았다. 농장 출입 전 소독 과정을 진행하는 공간인 ‘전실’도 미비했다. AI 바이러스를 사전 차단할 준비가 부족했다.

 

- 부실한 방역 체계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 송창선=방역의 기본인 소독제는 사용 전 차량이나 옷 등을 세척하고 깨끗이 건조한 뒤 사용하게 돼 있다. 그럼에도 농가에서는 진흙 등이 묻은 차량이나 신발 위에 소독제를 뿌리며 형식적인 방역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AI를 차단해야 할 기본적인 준비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 이관=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도 AI 인체감염 사례가 없다 보니 방역에 소홀한 점이 많다. 마스크도 끼지 않고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상태로 농장에 출입하기까지 한다. 이 사이 AI 바이러스가 곳곳으로 확산했으며, 인체감염 확률까지 올라가게 됐다.

 

△ 윤순영=제대로 된 방역은커녕 양계농가 대부분이 밀식 사육을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곳에서 길러지는 가축에는 병이 쉽게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병을 예방하겠다며 환경개선 대신 항생제를 투여하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키워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향후 AI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 송창선=살처분만이 능사가 아니다. 플랜비를 생각할 때다. ‘링백신’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링백신이란 확산속도를 늦추고자 감염지역 일부만 백신을 투여하는 정책이다. 임상시험을 시작한다면 3~4개월 후에는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이관=살처분에 투입된 인력들은 AI 감염 고위험군임에도 적합한 보호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작업 효율성 및 그들의 안전을 위해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 또 이들을 위한 트라우마 극복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 이한수=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철새는 모두 만주를 거쳐 들어온다. 이에 중국이 철새 분변에서 AI 바이러스를 발견하면 국내 방역당국에 사전 통보해주는 등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리 준비한 만큼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윤순영=무작정 많이 사육해서 당장 수익을 올리려는 환경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AI 피해를 보더라도 살처분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 김국주=농장주들은 가축이 조금이라도 이상증세를 보이면 즉시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빠른 신고가 빠른 초동대처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다른 농가로 전파하는 것도 조기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한진경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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