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서 키우던 고양이도 확진 판정 ‘충격’
폐사 길·집고양이 ‘잦은 접촉’ 가족 추정
당국, 주인·사체접촉자 등 12명 백신 투약
함께 기르던 개 2마리도 ‘정밀검사’ 의뢰
포천에서 집고양이와 길고양이가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되면서 인체감염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고양이 AI 감염사례는 처음이다.
1일 경기도와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ㆍ26일 포천시 영북면 자일리의 한 가정집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집고양이 수컷 1마리와 해당 고양이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길고양이 새끼 1마리의 사체에서 고병원성 H5N6형 AI가 검출됐다.
그동안 길고양이 무리(어미 1마리, 새끼 6마리)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가족인 수컷 고양이가 있는 가정집을 자주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평소 들판에서 새를 잡아먹던 어미 길고양이는 지난해 11월 침을 흘리고 밥을 잘 먹지 못하며 시름시름 앓더니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 1달 후 수컷 고양이에게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지난달 25일 죽었고, 다음날 함께 지내던 새끼 길고양이 두 마리도 폐사했다. 수컷 고양이 주인 A씨(57ㆍ여)는 “고양이들이 야산에서 새를 잡아먹는 장면을 여러 번 봤다”면서 “갑자기 시름시름 앓더니 죽었다”고 전했다.
고양이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포천에서 지난달 22일 H5N6형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산란계 농가에서 2㎞ 떨어진 곳이다. 이 일대에서만 이번 AI로 닭 17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런 가운데 사람과 함께 지내는 고양이가 AI에 감염되면서 인체 감염에 대한 공포감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저병원성 H7N2 AI에 감염된 45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던 미국의 한 수의사가 AI에 감염, 고양이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인체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수의사는 가벼운 증상을 앓고 현재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사람이 고양이를 통해 AI에 감염될 확률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고양이 주인과 인근 주민, 사체 접촉자 등 12명을 AI 노출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고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했다.
또 최대 잠복기인 10일간 증상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이날까지 발열과 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기도는 집고양이 주인이 고양이와 함께 기르던 개 2마리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고양이가 AI에 감염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H5형 AI에 감염된 고양이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다시 옮긴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었다”면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현ㆍ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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