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수원 지동시장 상인들의 ‘새해 소망’
새해맞이 장보기 나선 손님과 흥정 벌이고 덕담 나누며 모처럼 활기
“나라 안정되고 경기 풀리길”… 소상공인 절반 “올해 경영 악화” 전망
지난해 경기 불황과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AI까지 몰아치면서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새해 첫날, 전통시장 구석구석은 어렵지만 모든 것을 훌훌 털고 희망의 새해를 맞자는 의지가 역력했다.
1일 오전 10시께, 수원 팔달구 영동사거리 인근 지동시장을 비롯한 미나리광시장ㆍ못골종합시장ㆍ수원영동시장 일원. 새해 첫날부터 상인들의 바쁜 손놀림과 고객들의 종종걸음으로 북적됐다. 양손에 구입한 물건을 들고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는 고객들의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 보였다. 곳곳에서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인 듯 상인들과 새해 덕담을 나눈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곳곳에서는 즐거운 흥정판이 벌어지며 물건이 덤으로 오가는 인심도 넘쳐났다.
해물가게에서 좌판에 꽃게를 진열하던 상인 H씨(63ㆍ여)는 “올해는 무엇보다 나라가 안정됐으면 한다”며 “우리처럼 없는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한 정육점에서 고기를 썰며 장사준비를 하던 S씨(58)는 “지난해 역대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 파동이 일어난 것을 보면서 구제역까지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하는 마음뿐이었다”며 “내년에는 경기가 잘 풀리고 정치를 잘해서 서민들이 잘살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 시장 상인들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근심이 태산이지만 나라부터 걱정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L씨(62ㆍ여)도 “나라가 안정돼야 경기도 풀리고, 재래시장도 많이 찾을 것 아니겠어요, 걱정이지만 모든것이 잘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새해 첫날, 어렵지만 기대와 설렘이 오가는 현장이다.
지난해는 유독 소상공인들에게는 힘겨운 한 해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소상공인 518명을 대상으로 한 ‘소상공인 2016년 경영실태 및 2017년 전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체감경기가 2015년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75.9%였다.
경영수지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비율도 72.6%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55.2%가 내년도 경영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한 것에 비하면 비관적인 전망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경영수지가 악화된 이유로는 판매부진(70.5%), 소상공인 간 경쟁심화(36.2%), 국내외 정국혼란(33%) 등이 이유로 꼽혔다.
그런데도 전통시장 한 복판에서 만난 상인들과 시민들은 희망과 설렘의 끊을 놓지 않았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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