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인지, 군대인지… 여전한 ‘X군기’
수원과학대 항공관광과 재학생들 입학도 하지 않은 신입생에 꼬투리
합격소감·존경심 담은 메시지 요구 논란 불거지자 뒤늦게 사과문 게재
2일 수원과학대학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수원과학대학교 항공관광과 똥군기’라는 내용의 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해당 글은 항공관광과 일부 재학생이 올해 17학번이 되는 신입생들에게 다소 황당한 내용으로 군기를 잡는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재학생들은 신입생들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보내고 나서 20분 내로 수락하지 않으면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질타했다.
재학생들은 ‘야 뭐해? 친추 안 받고 뭐해. 선배 간보냐’, ‘지금 선배 이름 부른 거야’, ‘말투가 원래 그렇게 딱딱해’, ‘맞춤법 많이 지적했는데 왜 안 고쳐’ 등의 내용의 답글을 신입생이 올린 글에 달았다.
심지어 대화 내용 중간에는 신입생이 재학생들에게 10줄 이상의 합격 소감과 앞으로의 다짐, 존경심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수칙까지 빼곡히 적혀 있다. 이에 신입생들은 ‘올해 입시에 좋은 결과를 얻어 훌륭하신 선배님들의 후배가 될 수 있어서 정말 뜻 깊습니다’ 등 극존칭을 붙여가며 메시지를 보내지만, 재학생들은 꼬투리 잡기 바쁘다.
이 같은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많은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은 ‘인신공격과 내부 부조리까지 학교가 철저하게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해당 학과에서 직전 신입생들도 재학생들의 군기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글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논란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지자 항공관광과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오는 9일 학과에서 개최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 일부 신입생들은 군기 문화에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입생은 “지금까지 있던 악습을 고쳐 나가지는 못할망정, 피해를 본 선배들까지 ‘내가 당했으니 니들도 해야 해’라는 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남은 대학 생활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수원과학대학교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에 대해 개별 지도에 나서고 있다”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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