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송된 tvN의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 배우 류준열이 홀로 아프리카를 여행 중인 한 젊은 여성에게 혼자서 아프리카를 여행하다니 대단하다고 하자, 그녀가 “욜로(YOLO)”라고 답했다. 류준열의 핸드폰에 ‘You Only Live Once’라고 썼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라는 뜻이다.
욜로라는 용어는 미국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2011년 인기 래퍼 드레이크의 노래에 등장하며 ‘인생은 한 번뿐이니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는 의미가 재조명되면서 젊은층이 즐겨 쓰는 유행어가 됐다. 실제로 해외에 배낭여행객이 주로 모이는 게스트하우스에는 ‘헬로(Hello)’나 ‘굿럭(Good Luck)’ 대신 ‘욜로’ 인사가 유행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 케어’를 홍보한 영상에도 ‘욜로’라는 말이 등장했다. 세계적인 여행서적 론리 플래닛은 ‘yolo’를 펴내며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 기간 동안에 해볼 수 있는 일들을 실으면서 “단순한 여행을 뛰어넘어 모험으로 가득 찬 삶의 환희를 느껴보자”고 강조했다.
‘욜로’는 남이 아니라 자신,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다. 여행이나 자신만의 취미생활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게 욜로 열풍의 한 단면이다. 매년 소비트렌드를 예측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욜로’를 올해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김 교수는 “욜로와 관련한 소비는 단순히 물욕을 채우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활동을 넘어 자신의 이상향을 실천하고 구현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저성장 고착화로 장밋빛 미래 기대감이 옅어지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불안한 미래에 투자하기 보다 후회없이 현재의 인생을 즐기자는 게 욜로다.
일부에선 욜로족이 현실 즐기기에 집중하다 보니 허세적 소비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영국의 한 대출업체가 지난 9월 욜로족 1천명(18~30세)을 대상으로 ‘저축·투자 여부’를 묻자 전체 60%가 “미래 대비 없이 모두 쓴다”고 답했다. 미리미리 대신 그때그때의 욕구와 관련된 소비활동을 더 선호하는 것이다.
‘지금을 즐겨라’라는 카르페 디엠이 하나의 삶의 태도에 대한 격언이라면, 욜로는 한 번뿐인 인생을 스스로 디자인해 살자는 현재 지향성의 라이프스타일이다. 하루하루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희망의 주문이기도 하다. 욜로!!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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