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교문개방·토론공간 조성
이충실 과천외국어고등학교 교장(61)은 자율적이고도 개방적인 교육 철학으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없애고 점심시간에 교문을 개방하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 등이 바로 그 예다.
타종을 없앤 것은 관행적인 교육현장을 볼 때 쉽지 않은 발상이었다. 이 교장은 “지난 세월호 참사 때 어른들의 지시만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것을 보면서 교육 문화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게 됐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일과와 시간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훈련하기 위해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에 교문을 개방한 것 역시 학생들을 온종일 학교 울타리에만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는 특히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주는 동시에 ‘학생들을 믿고 있다’는 신뢰의 마음까지도 전하고 있어 작은 변화로 아이들이 한 뼘 자라날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이 교장의 교육현장 백미는 건물 층마다 학생들이 토론할 수 있는 ‘G-아고라’라는 이름을 붙인 공간이다. 그는 “교장실 앞의 공간을 학생들에게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사비를 털어 탁자와 의자, 컴퓨터를 놓았다”면서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도 나누고 학습에 필요한 것들을 검색하거나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졸업한 선배들도 이 교장의 뜻에 흔쾌히 동참해 다른 층에도 후배들을 위한 ‘G-아고라 공간’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결실로도 이어졌다. 또 과천외고 재단인 영산학원 유희정 이사장이 학생들의 시설편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배려도 한 몫했다.
이 교장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채워주는 것이 바로 교육자의 역할”이라며 “교직에 몸담은 지 40년이 넘었지만 처음 교단에 설 때의 교육 철학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진실되게 학생들을 대하면서 사랑하고, 희생과 봉사정신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 교장의 열정에 편승, 과천외고는 올해 서울 명문대 진학률을 한층 높이는 쾌거를 기록했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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