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산 예고 의정부 경전철, 깨 놓고 협의하라

새해 벽두부터 의정부 경전철이 파국을 맞고 있다. 운영자인 의정부 경전철(주)(이하 SPC)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현재 SPC에 3천250억원을 대출해준 대주단은 국민은행ㆍ미래에셋ㆍ농협ㆍ동양생명ㆍ한화생명 등 5개 금융사다. 이들이 SPC와 의정부시가 맺은 실시협약의 중도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철도 운영 정상화를 조건으로 미뤘던 중도해지권을 이번에는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대주단의 통보로 SPC는 파산을 결정하고 이달 중 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법원은 1~3개월 내로 파산선고를 내린다. 늦어도 올 상반기 중으로 모든 파산 절차가 완성되는 일정이다. 의정부시도 내부적으로 SOC의 파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시는 계약이 해지될 경우 협약에 따라 2천억원 가량을 SPC에 일시불로 줘야 한다. 시 일부에서 이 돈을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할 것이라는 복안이 나온다.

의정부시의 2017년 전체 예산이 8천480억여원이다. SPC 파산 시 물어 줄 목돈이 2천억원 이상이다. 예산의 30%에 달한다. 이 엄청난 돈을 빚-지방채 발행-으로 메우겠다는 게 시의 생각인 듯 보인다. 5천억원의 경전철 빚으로 재정(財政)이 파탄 났던 용인시의 전례가 있다. 과연 지방채 발행이 유일하고도 현명한 방법인지 따져 봐야 한다. 대체 업자 선정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 선택과 협약에 따라 시의 부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의정부 경전철이 이 지경에 온 책임은 모두가 안다. 당초 수요 예측이 잘 됐다. 턱도 없는 엉터리 청사진을 믿고 사업을 벌였다. 그 허구가 개통과 동시에 현실화됐다. 개통 5년째인 지난해 하루 수요는 3만5천800명이었다. 협약 수요 11만8천명의 29% 수준에 그쳤다. 대출담보인 해지 시 지급금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인 금융기관이 발을 빼려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의정부시가 초래한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런 타박이 아니다. 실정(失政)에 대한 비난은 받을 만큼 받았다. 이보다 중요한 당장의 현안은 대책 마련이다. 피해를 최소화해 시를 파국으로부터 구해낼 묘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모든 걸 털어놓는 공론의 장이다. 경기도와의 협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자금 조달, 대체 사업자 선정 등에서 경기도의 정책적 판단을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우리가 전해 들은 경기도 관계자의 말이 있다. “시의 자산이라지만 걱정이다. 잘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내용을 알기 어렵다. 의견-공문-을 보내봐도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답변만 온다.” 정말 방안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속으로 곪아 터트리고 있는 것인가. 경전철 파국에 직면한 의정부시의 속내를 도대체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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