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미래다_인터뷰]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좋은 일자리, 저출산 극복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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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아빠! 하나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 갖고 싶어요’ ‘낳을수록 희망가득, 기를수록 행복가득’. 산아제한정책으로 시작된 가족계획표어의 변화모습이다. 

가난에 허덕이던 1960년대, 가난을 벗어나고자 산아제한정책을 추진한 정부는 57년이 지난 지금, ‘아빠! 하나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 갖고 싶어요’ ‘낳을수록 희망가득, 기를수록 행복가득’이라며 국민들에게 출산을 요구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를 가리키는 초 저출산국이다. 아이 낳기가 강요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아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며 미래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출산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저출산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해 12월13일 인구보건복지협회 1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보건복지부 차관에서 중앙입양원 원장에 이르기까지 줄곧 ‘아이에게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는 신념으로 일해 왔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 국가 중에서도 특히나 출산율이 낮은 ‘초 저출산국’의 현실에 이르렀다고 하니 우리의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직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같은 맥락 속에 있다. 따라서 협회 수장으로써 더 많은 가정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꽃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초 저출산국을 15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출산율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다. 고용 불안정, 양육비 부담, 일ㆍ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해결책 역시 매우 어려운 과제다.

 

- 다양한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다. 가장 우선시 돼야 할 것은 무엇일까.

저출산 문제는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에 대해 느끼는 부담을 해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얼마 전 ‘저출산 극복 대안 모색을 위한 연찬회’에서 대학생 발표자가 “좋은 남편과 아빠, 가장이 돼야 하는 심리적인 부담, 연봉, 내 집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로 청년에게 결혼은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고스펙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청년은 ‘겁먹는 청년’, ‘돈 없는 청년’”이라고 고백했다. 

청년들은 미래의 출산세대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통해 ‘겁먹은 청년’에게 출산이 주는 축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우리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녀 양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를 한 명 낳아서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최소 3억원이 든다고 한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출산을 포기하거나 1명의 출산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사회도 아동수당 도입을 논의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OECD 국가 중에서 미국, 멕시코, 터키, 그리고 우리나라만 아동수당이 없다. 아동수당은 보육과 함께 ‘육아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기본적인 제도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일ㆍ가정 양립도 중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으로 어려움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가임여성이 늘어가고 있다. 여전한 눈치야근, 육아휴직으로 인한 승진차별 등으로 일과 가정 중 한 가지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ㆍ가정 양립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육아휴직, 탄력근무 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친화 경영이 직원의 회사 만족도를 높이고 기업의 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기업주가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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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회는 저출산 해결에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저출산 인식개선 및 가족친화적 출산양육 환경조성을 위해 대국민 홍보와 교육사업을 추진하는 기관이다. 우선 아동수당 등과 같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각종 정책이 국가 아젠다로 채택되고 국회에서 입법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들과 연찬회,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의 장을 마련할 것이다. 

또 현재 기업, 시민단체, 공공기관, 정부로 구성된 ‘저출산 극복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기관 간의 정보를 교류하고 일ㆍ가정 양립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 인식개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 아이 낳기를 꺼리는 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삶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다리가 아프고 심장이 터질 것과 같은 고통을 참으면서 왜 산을 오를까. ‘신비한 자연의 조화’에 감탄하면서 모든 고통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출산도 이와 같다. 

출산과 육아가 힘들지만 한 명 낳고 키우다 보면 둘째를 낳고 싶은 소망을 품게 되는 건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과 비교할 수 없는 자녀가 주는 행복감 때문이 아니겠나. 2017년은 붉은 닭의 해다.

닭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또 새벽에 힘차게 홰치며 우렁차게 우는 닭의 울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도래할 빛의 출연을 알리며 만물과 영혼을 깨우는 희망과 개벽을 뜻하기도 한다. 이제 대한민국도 출산율 최하위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정유년을 맞이해 새롭게 도약할 때다.

 

청년들에게는 취업의 문이 활짝 열리길 희망하며, 많은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기를 기원한다.

 

송시연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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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건복지협회는?

출산장려 환경조성·국민 건강 추구

1961년 ㈔대한가족계획협회로 시작한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출산 장려를 위한 환경조성과 지역주민의 건강을 추구하는 최고의 단체’를 비전으로 저출산 인식개선 및 가족 친화적 출산양육 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홍보ㆍ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대표사업으로는 출산친화환경을 조성하는 ‘출산지원사업’과 저출산 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국민인식개선 홍보사업’, 저출산ㆍ고령사회의 문제 대응에 대한 국민 관심과 가치관 및 인식 변화유도하는 ‘인구교육사업’, 어린이ㆍ여성 등 취약계층의 질병 예방과 치료를 통해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건강증진사업’ 등이 있다.

 

출산지원사업은 인구의 날(7월11일)을 계기로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범국민적 캠페인 실시하고, 임산부의 날(10월10일) 및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통해 출산친화 사회 분위기 조성한다. 아울러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와 국민참여사진전을 통해 가족친화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국민인식개선 홍보사업은 ‘출산장려 표어공모전’ ‘저출산 인식 설문조사’ ‘세계인구현황보고서 한국어판 발간’ 등을 통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 및 출산친화 사회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건강증진사업은 가족보건의원을 운영하면서 ‘암검진’ ‘일반건강검진’ ‘생애전환기건강검진’ ‘영유아건강검진’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대하고, 이동검진반 운영으로 소외계층대상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아가사랑후원금’ 모금으로 저소득층 및 미혼모 가정의 자녀 치료비 및 수술비도 지원하고 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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