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전전하던 신굉섭씨 6개월 교육받고 ‘자활의 꿈’
세차 일하며 성공적 사회복귀 “기회되면 봉사도 하고 싶어”
노숙인 인문학 교육에 참여하면서 자활에 성공한 신굉섭 씨(62)는 1년 전만 해도 추운 수원역 대합실에서 새우잠을 자는 노숙인이었다.
안산에서 페인트 공사 일을 하며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 지내던 신 씨는 지난 2006년 파산했다. 동생의 보증을 서준 것이 화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하나뿐인 아들마저 사고로 죽자 술을 입에도 안 대던 신 씨는 술로 하루하루를 지내게 됐다. 계속되는 불운에 무너진 신 씨는 지난 2012년 수원역에서 노숙생활을 하게 됐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을 수원역에서 보낸 신 씨는 2015년 2월 결국 길거리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3일 만에 의식을 찾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신 씨는 술을 끊기로 결심하고 노숙할 때 알고 있었던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알콜 중독 치료를 받고 인문학 교육에도 참여했다.
장기간 실업, 가족해체, 사업실패 등으로 훼손된 자존감을 회복시켜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 인문학 교육은 철학, 역사, 고전 등의 인문학 강의와 심리상담, 캠프 등 특별활동을 함께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인문학 교육은 신 씨의 삶을 바꿔 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신 씨는 “사실 인문학 교육을 받으면 교육비가 나온다고 해서 시작했다”며 “그러나 여러 가지 강의를 들으며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살았나 고민을 하게 됐고 삶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가 생긴 신 씨는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신 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극을 하는 것도 신기했고, 남들이 꺼리는 발표도 내가 제일 먼저 했다”며 “모든 것에 부정적이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6개월의 인문학 교육을 마친 신 씨는 현재 수원시 우만동에 위치한 임대주택에 거주하며 수원지역자활센터 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다. 신 씨의 일은 카셰어링으로 운영되고 있는 차를 주기적으로 찾아가 세차하는 일로 여느 직장인들처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매일 아침 수원지역자활센터로 출근해 세차도구를 챙겨 수원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하루 6대 정도를 세차한다. 퇴근하고서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저녁식사를 하고 텔레비전도 보면서 저녁 시간을 보낸다.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지만 신 씨에게는 그저 새롭기만 하다.
신 씨는 “아직 먼 이야기지만 열심히 돈을 모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나같이 방황하는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강의를 하거나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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