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장관님!’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부처 업무 칼럼에 장관 실명(實名)을 썼다. 제목부터 끝까지 경어(敬語)로 갔다. 모두 의사 전달을 위한 꼼수였다. 국방부는 바위 같은 곳이다. 웬만해선 반응하지 않는다. 그게 국방부일 수도 있다.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도 그랬다. 국방부를 탓하는 기사가 수없이 보도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속을 보이지 않았다. 별수 없이 선택한 ‘칼럼 기술’이 장관 실명과 경어 문장이었다. ▶보도 당일(12월 22일), 국방부 전화다. 전화기 너머 간부는 예의 따위는 생략키로 작정한 듯했다. “국방부를 나무라면 몰라도 장관님의 실명을 거론하면 어쩝니까.” 칼럼 속 ‘한민구 장관께서는 직무유기를 하고 계십니다’는 부분을 말하는 거였다. 이렇게 장관 실명 항의만 서너 번을 반복했다.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 조직이다. 장관을 모시는 입장이 그럴 수도 있으려니 했다. 그래도 한 마디쯤 맞받아야 했다. “정부 부처가 욕먹는 건 괜찮고, 모시는 장관이 거론되는 건 안된다는 겁니까.” ▶법 조문에 근거한 항의도 있었다. “법 4조 3항은 안 보셨습니까. 해당 지자체와 설명회를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화성시(안산시)가 거부하고 있잖습니까. 방법이 있으면 실장께서 말해 보세요.” 내가 답했다. “3항이 합의입니까 협의입니까. 협의잖습니까. 그런데 시장 한 명이 반대한다고 10년 100년 두고만 보겠다는 겁니까.” 간부가 답했다. “그래서 화성시에도 얘기했습니다. ‘당신들이 참석하고 안 하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할 때까지는 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말미쯤엔 내가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가 결론을 내야 합니다. 지금 지역이 혼란스럽습니다. 할거면 하고 말 거면 그만두고.” 간부가 조용하지만 분명히 말했다. “이전해야죠. 특별법은 이전하려고 만든 법 아닙니까. 다만, 이게 10년짜리 사업입니다. 정치인들 임기에 맞추려고 하면 안 됩니다. 우리(국방부)도 최선을 다해 풀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항의 전화가 그렇듯, 그날의 전화도 격하게 시작해 웃으며 끝났다. ▶그리고 보름여 지났다. 엊그제 국방부가 화성시와 안산시에 공문을 보냈다. ‘설명회를 또 거부하면 서면으로 갈음하겠다’고 했다. 법 제4조(예비이전후보지 선정)로 넘어가겠다는 최후통첩이다. 돌아보면 그날 논쟁 속에 내비친 간부의 약속이 실행된 듯하다. ‘국방부가 손 놓고 있지 않다’는 항의도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군(軍)에는 경직성이란 단점과 신속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정하면 빨리 바꾼다. 수원 군 공항 이전 업무엔 장점이 필요하다. ‘되든 말든’ 빨리 결판내야 지역들이 편해진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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