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악몽 잊고 다시 일어서야죠”…가금류 농가 재기 구슬땀

“AI에 질 순 없죠… 다시 희망 키웁니다”
AI 딛고 일어서는 화성포천 축산농장의 ‘희망가’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기르던 가금류를 살처분 당한 농장주들이 재기를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0일 AI 확진 판정으로 육용종계 2만3천여 마리를 살처분 당한 화성시 양감면의 한 가금류 농장에서 농장주가 케이지 곳곳을 소독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기르던 가금류를 살처분 당한 농장주들이 재기를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0일 AI 확진 판정으로 육용종계 2만3천여 마리를 살처분 당한 화성시 양감면의 한 가금류 농장에서 농장주가 케이지 곳곳을 소독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자식같이 기르던 닭을 땅에 묻어야 했던 악몽을 마음에 지니고 살 수는 없잖아요,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선뜻 밖으로 나서기가 겁난 10일 오후 3시께. 4천㎡ 남짓한 화성시 양감면의 한 육용종계 농장은 농장지기 박모씨(60) 부부의 발걸음으로 부산스러웠다. 평소 닭으로 빽빽했던 이 농장은 AI란 괴물로 지금은 빈 공간이 돼 버렸다. 

AI가 부부의 꿈을 단숨에 빼앗아 가버렸지만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의지가 농장 구석구석 역력하게 배어났다. 이날도 박씨 부부는 청소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병아리를 다시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농장은 지난해 11월29일 AI 바이러스가 덥쳐 사육 중이던 2만3천여 마리의 닭을 살처분한 아픔이 깃든 현장이다.

 

박씨는 30대였던 지난 80년대에 처음, 양계업에 손을 댔다. 그러다 뉴캐슬이란 무서운 병이 농장을 덥치면서 양계업을 뒤로하고 전업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해오면서도 항상 이루지 못한 양계업의 꿈을 저버릴 수가 없었던 박씨. 그러다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에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을 모조리 쏟아부어 축사를 지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닭을 기르기 시작했고 시장 출하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AI 재앙을 맞은 것이다.

출하를 못하게 되면서 함께 일하던 근로자 2명의 인건비조차 주기가 어려워 낙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박씨 부부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오히려 현장을 찾은 공무원들을 격려하려 애썼다. 

그는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며 기대가 컸는데 AI로 속수무책 무너지며 많이 힘들었지만 다시 일어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농장주들은 물론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일했던 공무원 등 모두가 힘을 내 양계산업이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재기의 꿈을 다지는 곳은 화성만이 아니다. 도내 최대 피해지역으로 손꼽히는 포천시 창수면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던 A씨도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설 준비에 한창이다. 그 또한 지난달 AI가 발생면서 기르던 30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 할 수 밖에 없어 무려 30억 원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봐야 했던 아픔의 당사자다. 

40여 년 동안 양계업을 하며 AI를 처음 겪었기에 충격은 생각 이상이었고 살길도 막막했지만, 그래도 다시 가야 한다는 의지에 매일 농장 소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방역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었는데 대체 왜 우리 농장이 AI에 걸렸을까 억울하기도 하지만 수십 년간 이어온 가업인데다 가족의 생계가 걸려 있어 포기하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다”고 말했다.

 

또 양평군에서 유일하게 AI 피해를 입었던 지평면의 한 오리농가도 새로운 오리들을 맞이하기 위해 바쁘다. 농장주 B씨는 “4천500마리의 오리가 한 번에 사라지면서 가슴이 아프지만 빨리 잊으려는 생각뿐이다. 올해는 절대 AI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다짐했다. 

한진경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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