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등 인상전 2억갑 ‘반출’ 인상후 ‘꼼수 판매’… 기재부 ‘방치’ 7천900억 미환수
담배 회사들이 담뱃값 인상 후 쌓아둔 재고품을 팔아 7천900억 원의 꼼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법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담배회사의 부당이득이 국고로 환수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감사원이 발표한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에 따르면 감사원은 KT&G가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에 반출한 1억 9천963만 8천445갑을 인상 시행 직후 곧바로 2천 원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 3천300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재고차익을 환수하는 규정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을 시행했다. 특히 기재부 업무 담당자들은 다른 부서로부터 재고차익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과다한 징수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관련 부칙을 개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의 법적 미비로 환수하지 못한 재고차익은 총 7천900억여 원에 달한다.
매점매석 고시 관리도 허점이 많았다. 매점매석 고시는 담배 제조회사가 과도하게 재고를 늘려 폭리를 얻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그러나 기재부는 지난 2014년 9월 담뱃값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범정부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매점매석 고시 시행 계획을 사전에 공개했다. 담배 제조사들이 고시 시행 이전에 담배를 집중적으로 반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주요 담배 제조사 3곳은 고시 시행 직전에 평소보다 5.7∼22.9배 많은 담배를 반출했다.
담배 보관창고인 제조장에서 담배가 반출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담뱃세가 부과된다는 법적인 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더욱이 기재부는 이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은데다, 일부 담배회사가 반출량을 조작하거나 기준량을 초과해 담배를 반출하는 등 고시를 위반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KT&G의 담뱃값 인상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상품 가격을 현저하게 상승시킨 것으로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KT&G 관계자는 “KT&G는 기재부의 매점매석금지 고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등 당시 관련 법령을 준수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며 담뱃값 인상 등 정부 정책과 관련 법령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유선엽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