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金 목표… 대중화는 내 사명”
비록 4강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세계적인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 8위에 오른 종목은 바로 ‘빙상의 체스’인 컬링이다.
컬링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8년부터 자타가 공인하는 ‘컬링 전도사’로 불리는 열정의 중년 신사가 있다.
그는 바로 대한장애인컬링협회와 대한플로어컬링협회, 경기도컬링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길(55) 회장이다. 지난 4일 의정부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최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한국 컬링의 메달권 진입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컬링 종목 전반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 의정부에 건설을 추진중인 컬링경기장의 준비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Q ‘컬링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신데.
A 2008년에 전 소치올림픽 국가대표팀 정영섭 감독으로 인해 인연을 맺게 됐다. 2011년 의정부컬링연맹 회장을 역임했고, 장애인컬링 선수들의 열악한 운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에 경기도장애인컬링협회를 창립했다.
이후 2015년 5월 대한장애인컬링협회, 2016년 경기도컬링연맹 회장, 대한플로어컬링협회 회장, 세계플로어컬링경기연맹 부회장,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을 맡게 됐다. 여러 직책을 겸직하면서 연 4개월 이상 전지훈련과 대회 출전 등으로 해외에서 생활한다.
무엇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선진 컬링시설을 살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바쁘다. 바쁜 일정을 다 소화하기 힘들지만 최대한 컬링발전을 위해서라면 발벗고 나서고 있다.
Q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컬링 종목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형 동계스포츠’라는 말도 있는데.
A 소치에서 컬링경기가 중계됐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신기해했다. 얼음위에서 스위핑(얼음을 닦는 행위)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다양한 전술을 보여줬는데 일단 컬링의 가장 큰 매력은 체스를 하듯이 앞으로 수를 생각하면서 전술을 구사하고, 당구와 볼링처럼 하우스(원)안에 스톤을 쳐내려 선점하는 경기방식에 있다.
아주 단순해보이지만 접해 보면 복잡ㆍ미묘하면서도 예민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한국형 동계스포츠’라고 불리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전부터 손재주가 많다고 하지 않나. 스톤의 투구전 동작에서 하체의 밸런스도 중요하지만 길을 보며 손을 정확하게 놓고 그 길을 따라 투구가 되기에 손재주가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맞춤형 스포츠라 할 수 있다.
Q 일본, 북미, 유럽 등 컬링 강국들을 가보셨을 텐데 보급 현황과 인기는.
A 컬링 선진국들의 보급 현황은 우리나라 조기 축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캐나다에는 컬링장이 1천500개 정도 되고, 미국은 150개, 일본이 15개 정도 운영된다. 캐나다는 컬링이 남녀 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노년층이 컬링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컬링장이 많이 생겨서 고령화시대 실버세대들의 생활스포츠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Q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두 올림픽에서 한국의 목표와 과제는 무엇인가.
A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영광을 우리 세대가 누릴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현 세대에서 평창올림픽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다.
우리 컬링의 목표는 메달획득도 중요하지만 대중화가 급선무다. 컬링의 저변확대가 향후 올림픽의 성적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평창올림픽에서는 엘리트의 경우 4강 진출, 휠체어컬링은 메달권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대표팀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나는 컬링을 알리고 대중화하는데 인생을 바칠 계획이다.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권에서 동계올림픽이 잇따라 열리게 되면 컬링의 대중화와 선수층의 확대,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Q 한국이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컬링 강국으로 도약했음에도 여전히 훈련장조차 없는 등 열악하다. 의정부에 국제규격 컬링장이 추진 중인데 진행 상황은.
A 의정부를 컬링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우리가 짧은 기간에 컬링 강국으로 변모하는데는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첫째가 시설의 확대이다. 우리나라에 컬링장은 태릉, 의성, 인천과 이번에 새로 개장한 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뿐이다.
훈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훈련할 장소가 없어서 일반 빙상장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컬링에서는 특히 빙질의 상태가 중요한데 일반 빙상장에서 훈련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따라서 의정부 컬링장이 국제규격으로 건립되도록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의정부종합운동장 옆에 컬링장을 건설할 예정인데, 훌륭한 컬링장을 건립하기 위해 의정부시와 협회가 협조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2017년 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의정부컬링장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적인 컬링의 메카가 되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
Q 지난해 대한장애인컬링협회가 한 IT업체와 스크린 컬링 개발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행 상황은.
A 스크린 골프 개발업체와 업무협약을 통해 현재 스크린 컬링을 개발중에 있다. 컬링 대중화의 일환으로 누구나 쉽게 컬링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스크린 컬링을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엔 컬링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스크린 골프처럼 연습장에서 실시하는 컬링장을 상용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추진했다.
컬링장비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끝났고, 시설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조성할지 여러모로 고민 중이다. 스크린 컬링을 빙상장에 만들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스크린 컬링을 통해 기본적인 연습을 한 후 실제 얼음에서 컬링을 해보는 것이 체계적인 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스크린 컬링은 컬링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플로어 컬링과 스크린 컬링이 본격 보급되면 컬링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지.
A 앞에서 얘기했 듯이 개인적인 목표는 컬링의 대중화다. 대중화를 이루면 우수한 선수들이 많이 발굴될 것이며, 인기를 얻을수록 종목 전반에 걸쳐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빙판이 아닌 곳에서도 즐길 수 있는 플로어 컬링과 스크린 컬링을 통해 컬링이라는 종목을 국민들께 널리 알려 보급할 생각이다.
Q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앞두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1년 앞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국민들께 컬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작은 관심도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또한 평창에서 컬링종목이 시상대에 오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대담=황선학 체육부장 / 정리=김광호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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