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인천 인물·역사현장의 기념사업 적극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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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진한 감동이 있다. 그중 하나가 강원도 출신 유명 소설가·시인·화가·체육인 등을 기리는 문학관·기념관·전시관 등이 여러 곳에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들의 생가복원 현장을 보고, 삶의 흔적과 작품세계 등을 조망하면서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강원도에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현장에 많은 기념비, 전적비 등을 세워 놓았는데 그 대부분이 강원도 자체 예산에 의해 설치·운영되고 있다.

 

춘천에는 소설가 김유정 문학촌이, 평창 봉평에는 이효석 문학관과 생가가 그의 소설 주제인 메밀밭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고, 원주에는 박경리 문학공원이 있다.

양구에는 박수근 미술관이 있고 그가 자주 그렸던 300년 된 나무는 ‘박수근나무’로 명명되고 있다.

 

화천에는 화천군 예산만으로 설립·운영 중인 소설가 이외수 문학관이 있는데 국내 최초 생존 작가를 위한 문학관이다. 이외수씨는 화천군 홍보대사가 되어 수많은 사람과 인터넷 교류를 하면서 인구 2만3천여 명의 산골마을에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오게 하는 ‘산천어 축제’ 등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강원도엔 이승복 기념관, 김시습 기념관, 율곡 기념관,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만해 기념관 등 크고 작은 기념관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300만 우리 인천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인천은 인물을 키우고 기념하며 그 정신을 계승하거나 역사적 현장을 보존하고 기념하는데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유정복 시장은 300만 도시에 어울리는 인천시립미술관, 박물관을 짓고 여타 문화, 예술 시설과 연계하는 ‘인천뮤지엄파크’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문학산성·계양산성 복원계획, 개항창조도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참으로 올바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젝트와 함께 우리는 인천이 겪었던 역사적 사실과 애환이 서려있는 구석구석의 작은 현장을 재조명하고 의미 있는 장소로 변화시켜야 한다. 표지 안내판을 세우고, 주변도 정비해야 한다.

 

수많은 인재들이 우리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그 정신을 재조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훈맹정음을 발명하고 평생 시각장애인을 위해 헌신한 송암 박두성 선생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세종대왕과 같은 분이다. 출생지 강화 교동에 생가를 복원하고 묘지를 이전해 기념공원을 조성해야 한다.

서구 검단 출신의 검여 유희강 선생은 우리나라 전통서예의 마지막 대가로 존경받는 분이다. 전시관, 기념관 등을 지어 소장하고 있는 귀한 유작이 상시 전시되도록 해야 한다. 중구에 있는 (주)한진의 초창기 사업장도 기념관이 될 수 있도록 (주)한진 책임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같은 사업은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 아니다. 관심과 정성이 필요한 사업이다. 비록 소규모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인천의 정신, 자부심을 고양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인천의 품격과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인천인물, 인천역사현장의 기념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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