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영유아 사교육 실태 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해 8∼10월 전국의 만 2세 아동 부모 537명과 만 5세 아동 부모 70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5세 아동 10명 중 8명, 2세 아동 10명 중 3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하루 일과의 4분의 1을 사교육으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2세 아동은 평균 1.7종의 사교육을 받았고, 5세 아동은 평균 2.2종으로 나타났다. 2세 아동이 받는 사교육은 한글ㆍ독서ㆍ논술 등 국어가 28.6%로 가장 많고 이어 체육(15.1%), 미술(14.5%), 과학·창의(10.2%), 수학(7.9%), 영어(7.7%) 순이었다. 5세 아동도 비슷했다.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영어, 수학을 가르친다고 얼마나 교육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영유아기의 무분별한 사교육은 사회·정서 발달을 방해하고 불안이나 우울, 공격성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과도한 사교육이 문제 행동을 유발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지금 자녀에게 시키는 사교육이 적절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유난하다. 농사짓는 데 긴요한 소까지 팔아 대학을 보낸다해서 ‘우골탑(牛骨塔)’이 생겨났고, 요즘엔 아버지 월급만으론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해 엄마까지 나서면서 ‘모골탑(母骨塔)’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2015년 기준 17조8천840억원에 달한다. 빚내서 교육비로 쓰는 에듀푸어가 60만6천가구로 추정된다.
사교육 광풍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공교육 불신과 경쟁에 대한 불안감, 대학 간판이 성공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선 공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부모들의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한국사회를 전망하면서 ‘에듀 버블(edu bubble)’을 중요 키워드로 꼽았다. 우리 사회가 높은 교육열로 인해 적정 수준을 초과하는 교육 투자를 지속하지만 경제가 저성장에 머물면서 교육 투자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교육을 한다고 모든 아이가 대학에 잘 가는 것도 아니고 대학 졸업 후 취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도한 사교육비는 내수경제 침체의 원인이고 은퇴 준비의 걸림돌이다. 사교육 열풍이 자녀는 물론 부모의 노후까지도 망칠 수 있다. ‘에듀 버블’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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