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이 저마다 2명씩의 외국인 투수를 보유하면서 ‘파이어볼러’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됐다. 그러나 평균 구속이 150㎞ 이상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LG 트윈스의 외국인 선수 소사 정도만이 150㎞ 대의 강속구를 꾸준히 던질 수 있을 뿐 국내 투수들 중에는 찾기가 쉽지 않다.
kt wiz에는 용병이 아닌 국내 선수가 150㎞ 이상의 빠른 볼을 마음껏 뿌릴 수 있다. kt의 ‘신형 잠수함 투수’ 안상빈(22)이 그 주인공이다. 17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만난 안상빈은 아이돌 같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패기 넘치는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안상빈은 자신의 강속구에 대해 “직구 속도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임창용 선배님과 같은 뱀직구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안상빈은 청주중에 진학한 뒤 사이드암으로 전향하며 세광고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다. 140㎞ 중후반의 빠른공에 상대 타선은 맥을 못췄다. 그러나 프로에 입단 후부터는 들쑥날쑥한 제구력이 문제였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에 2차 4라운드 전체 36순위로 입단한 안상빈은 제구력을 잡기위해 하체 강화 훈련과 함께 투구폼을 조금씩 수정했다. 입단 1년차까지 정명원 투수코치와 투구폼을 교정하는데 만 집중했고, 팔꿈치 각도를 올리면서 지금과 같은 스리쿼터형 투수가 됐다. 그러자 제구력은 물론 구속까지 늘었다.
안상빈은 “학창시절 구속에 비해 제구력이 늘 속을 썩였다. 고2 때는 제구력 문제 때문에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다”라며 “주변에서는 제구력을 잡기 위해 구속을 줄여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빠른 공이 없으면 그저 그런 투수다. 빠른 공은 절대 포기 할 수 없는 내 최고 무기다”고 의지를 밝혔다.
청주가 고향인 그는 1군에서 치른 지난 2015년 6월 5일 고향팀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안상빈은 그날 경기에 대해 “2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탈삼진 5개를 잡아냈다. 고향팀과의 경기라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군에 데뷔를 했지만 아직까지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안상빈의 목표는 의외로 소박하다. 보다 많은 1군 경기를 출전하고 이닝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밝힌 그는 또 다른 꿈에 대해 털어놨다. 안상빈은 “올시즌 은퇴하시는 이승엽 선배님을 상대로 아직 공을 던져보지 못했다. ‘국민타자’인 이승엽 선배님이 은퇴하시기 전에 꼭 대결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호 기자
사진=김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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